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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
옛 영광을 어떻게든 부여잡으려는 이들의 몸부림 속에 반짝 상승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최근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는 유난스럽다. 심리적 요인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불패신화’ 명성을 날리던 강남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여기에 조금이라도 근접한 답을 찾기 위해 1970년대 강남으로 돌아가보자.
강남은 1970년대부터 40여년간 부동산 시장을 맨 앞에서 끌어올리며 부동산 부자를 만들어낸 산 역사다. ‘장화신고 들어가 구두신고 나오라’는 부동산 투자 격언이 꼭 맞아 떨어진 곳이기도 하다.
강남지역 부동산의 본격적인 상승기는 1960년대 후반부터다. 경부고속도로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그 시발점인 말죽거리 일대 땅값이 급등한 것이다. 현재 양재동 일대인 이 곳 땅값은 당시 200배로 뛰어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다.
더구나 정부가 제3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 남쪽인 강남지역을 토지구획정리사업법에 맞춰 개발하면서 이 일대가 주택지로 변신했고, 일명 ‘복부인’으로 불리는 투기세력이 몰리며 땅값이 급등했다.
정부는 또 강북 도심에 위치한 명문 9개교를 1976년부터 강남권으로 이전토록 해 이른바 ‘8학군’이 형성됐다. 이후 권력자, 재력가들이 강남권에 자리잡았고, 집값은 당연하다는 듯 상승세를 탔다.
정부가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국제금융위기(IMF)를 겪고 난 2000년대 들어서였다. 2000년대 중반에는 급등하는 강남권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규제대책을 내놨고, 공급물량을 늘려 집값을 낮추려했다. 2006년에는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지목한 7개 지역(버블세븐)에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가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은 정부정책을 비웃듯 오히려 더 오르기만 했다.
강남불패신화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어떤 규제방안에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아 생긴 비유적 표현이다.
그랬던 강남3구에 최근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도심공급 위주로 재건축·재개발에 호재가 되는 것이지만, 강남3구 부동산은 오히려 반대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 정권에서 추진한 규제책들이 세계금융위기와 맞물려 이제서야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강남이 만들어진 것도, 강남불패신화가 계속돼 온 것도 정부의 계획(의도했든 아니든 간에)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강남의 부동산 불패신화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강남의 어제와 오늘<'정수영의 도란도란' 11월14일자>의 현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내일’을 가늠해볼 수 있길 바란다. 이 또한 고스란힌 실수요자를 포함한 투자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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