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진웅 기자 timeid@) |
(아주경제 김진영 기자)25세의 강승현. “롤모델이 되겠다”니 건방지다? ‘겸손’이 덕목인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은 중견 문화인이나 할 수 있는 소리를 20대 강승현의 야무진 입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서 ‘효니’로 통하는 톱 모델 강승현의 인생은 ‘도전’과 ‘개척’으로 볼 수 있다.
편견과 텃세가 심한 뉴욕에서 ‘도전’, 그동안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아시아 모델 입지를 ‘개척’했다. 뚜렷한 롤모델이 없던 분야에서 스스로 롤모델이 됐다. 당찬 효니의 말은 사실 그녀 인생을 대변해주는 솔직한 말이기도 하다.
당시 나이 21세. 2008년 ‘포드 슈퍼 모델 오브 더 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1등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으며 나타나 뉴욕 런웨이에 두각을 보인 ‘효니’ 강승현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5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러브캣 매장에서는 효니 강승현 팬사인회가 열렸다.(사진제공:러브캣) |
효니를 어느 가을 ‘러브캣’ 매장의 팬 사인회에서 만났다. 효니와 만나기 위해 시작 1시간 전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부터 일반 팬까지 줄을 잇고 있었다.
그녀는 “난생 처음 해보는 팬 사인회였는데 생각보다 많이들 와주셔서 기쁘기도 하면서 얼떨떨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녀의 ‘야무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러브캣’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내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러블리하고 시크한 효니(HYONI) 라인을 선보였는데, 내년에 새롭게 탄생할 ‘효니백’에 대해 귀띔해주었다.
“러브캣과 함께 F/W 핸드백과 더스트백을 선보였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지금 미리 준비하고 있는 내년 S/S에서 선보일 가방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있어요. S/S 느낌, 러브캣, 그리고 저의 이미지와 맞게 즐겁게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국내에서 변변한 경력이 없던 효니는 뉴욕의 상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올랐으며, 뉴욕타임스를 전신 광고로 도배하기도 했다. 뉴욕 패션계 다양성·다문화의 아이콘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불과 뉴욕 도전 4년 만이다.
뉴욕 컬렉션은 모든 모델에게 꿈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 파리, 밀라노와 함께 세계 4대 컬렉션이다. 뉴욕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DKNY(Donna Karan New York)의 도나카란 디자이너의 무대가 첫손에 꼽힌다. 이 무대에 한 모델을 잇따라 세우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 무대에 효니는 자주 오른다.
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효니를 찾을까. 베이비 페이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런웨이에 들어선 순간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돌변한다. 세계의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들은 하나같이 효니의 특별함, 독특한 개성을 그녀의 매력으로 꼽는다. 모델 4년 차의 효니는 ‘대체할 수 없는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리허설 사진 (사진 왼쪽), 뉴욕 타임즈 광고사진(사진자료:트위터). |
효니의 뉴욕 진출로 아시아모델들에게 물꼬를 터줬다는 소리가 있다. 제2의 효니를 꿈꾸는 모델에게 해외무대는 낯설기만 하다.
“해외 무대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저는 무언가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기보단 일단 와서 부딪치면서 배워가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경험해보기 전까지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과감하게 용기를 갖고 처음부터 너무 큰 꿈을 갖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죠.”
효니는 아시아 최초 포드 슈퍼모델 1등으로 뉴욕에서 주목을 받았다. 보통의 모델 새내기에게는 어렵지 않을까.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면 본인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나라를 정해서, 그 나라에 있는 에이전시에 이메일로 본인 프로필을 보내는 방법이 있어요. 외국은 이메일로 일처리를 합니다. 이 방법이 제일 쉽고 편한 방법인 것 같아요.”
로레알 광고 촬영 중인 효니(사진:트위터). |
한국의 시대 분위기는 도전보다 안전이다. 20대조차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안정된 직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가슴에 청춘을 품은 이들은 꿈을 꾼다. 단순히 톱모델로, 사업가로 효니가 성공했다고 팬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20대의 희망’을 스스로 개척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20대의 희망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20대는 무엇이든지 겁 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인 것 같아요. 좋은 도전이든 나쁜 경험이든 본인이 경험해보고 느껴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성공에 대한 희망은 그 이후에 모든 경험에서 얻은 것을 통해 이뤄나가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용기란 도박이라기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20대에 관해서 ‘치열’이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저의 20대는 치열해요, 뭐든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싶고, 저에게 오는 경험들은 놓치지 않고 도전하고 바쁘게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치열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황무지 같은 뉴욕에서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자신에게 의지해 스스로의 롤모델을 만든 ‘효니’ 강승현. 그녀에게는 인종차별, 동양인의 서러움은 없다. 동양인으로서 오히려 자신이 돋보이는 계기가 된다고 역발상 한다. 자신을 믿고 버티며, 뉴욕 거리에서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효니’ 강승현이 무엇보다도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베이비 페이스 효니 강승현, 25살이라 믿기지 않은 얼굴 속에 카리스마가 숨어 있다.(트위터).
효니 '강승현' 그녀는 누구?
미운 오리 새끼가 뉴욕으로… 새로운 도전을 꿈꾸다
영화 ‘씬시티’의 드본 아오키도 모델 출신 영화배우다. 할리우드에 진출할 마음이 있는지?
“없습니다. 저는 늘 제가 자신 있는 거에만 도전합니다.” (웃음)
사실 앞날은 또 모른다. 포드 슈퍼모델은 브룩 쉴즈, 킴 베이싱어, 멜라닌 그리피스 등의 할리우드 스타를 낳았다. 효니가 또 다른 도전을 해 미지의 분야를 개척할지 기대해볼 일이다.
효니는 어떻게 슈퍼모델이 된 것일까.
효니 키는 178cm. 사실 효니는 어느 순간 키가 큰 것이 아니라, 태어났을 때부터 키가 컸다. 초등학교 예민한 나이부터 꺽다리, 콩나물, 키다리 등 모델이 숙명인 자가 들어야 할 별명을 다 듣고 자랐다. 어렸을 때 큰 키는 콤플렉스에 불과했다. 그래서 강승현은 어릴 적부터 습관적으로 허리를 굽히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읽던 책 한 권에 자신과 같은 고민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델이 될 것이라 결심한다. 생각에 따라 단점이 장점으로 변하는 놀라는 순간을 겪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만으로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변해 뉴욕으로 날아가버렸다.
러브캣 매장 팬사인회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효니백을 들고 있다.(사진제공:러브캣) |
포드 세계 모델 대회 또한 준비된 결과물이 아니었다. 모델의 꿈을 꾸고 동덕여자대학교 모델학과에 들어갔지만, 원서 접수 마지막 날 급하게 프로필 사진을 넣었던 게 오늘날 외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다.
효니는 2008년 데뷔해 아메리카 이글, DKNY, 토미힐피거 등의 세계 모델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2011년에는 로레알 파리 한국 모델로 발탁되었다.
또한, 효니는 이번 러브캣 효니백 론칭 이외에 2년전부터 뉴욕 지인들과 함께 ‘리본프로세스’로 창업해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리본프로세스’는 빈티지 패션을 새롭게 만든다는 취지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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