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A와 B가 티샷했는데 두 볼이 같은 지역에 떨어졌다. 볼을 다 발견했으나 A와 B가 동일한 종류의 볼을 플레이했고, 자신들의 볼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A의 볼이고, 어느 것이 B의 볼인지 확인할 수 없다.
이 경우 두 사람이 모두 자기 볼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두 볼 다 분실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는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볼에 확인 표시를 해두는 것이 이런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막는 길이다.
만약 한 플레이어가 친 원구와 잠정구를 식별할 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원구와 잠정구가 비슷한 곳으로 날아갔지만, 원구와 잠정구를 나타내는 표시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없어지거나 OB가 난 것을 원구로 하고 발견된 것을 잠정구로 해야 한다. 요컨대 플레이어가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게 불리하게 해석되는 것이다.
1996년 8월 중부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동일레나운 레이디스클래식때의 일. 5번홀(파5)에서 동반자 2명이 두 번째 샷을 한 뒤 가보니 두 볼이 거의 붙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같은 번호의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했고, 아무런 표시도 해놓지 않았다. 당연히 누구 볼인지 구별이 안됐다. 이 경우 표시를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볼임을 확인하지 못하면 두 사람 모두 분실구 처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시 한 선수가 전 홀에서 새 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볼이 첫 홀부터 볼 하나로 플레이한 동반자의 볼보다 새 것이라는 것을 경기위원에게 설득한 끝에 가까스로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라운드전에 자신의 볼에 반드시 표시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2년 7월 스코틀랜드 뮤어필드GC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때의 일. 게리 에반스가 17번홀(파5)에서 친 볼이 깊은 러프에 빠졌다. 선수와 캐디를 비롯 주변에 있던 30여명의 갤러리들이 합세해 찾았으나 허사였다. 당시 에반스는 ‘타이틀리스트 2번’을 사용했는데, 러프에서 발견된 두 개의 볼 가운데 하나가 ‘타이틀리스트 2번’이었다. 그러나 에반스는 자신의 볼에 표시를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발견된 볼이 자신의 볼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에반스는 결국 분실구 처리를 한 뒤 직전 쳤던 곳으로 가서 플레이를 해야 했다.
볼에 표시를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로크와 거리의 벌을 함께 받은 사례다. <골프규칙 27-1,재정 2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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