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예산 확대에 공감하고 있는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세출예산을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나 삭감 규모를 놓고서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또 4대강 후속사업, 제주해군기지사업, 대학등록금 및 무상급식 지원예산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예산의 ‘칼질’을 놓고도 여야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與, 3조원 삭감·증액..박근혜 복지구상 반영 주목=한나라당은 예년보다 1조원 정도 많은 3조원을 각각 삭감·증액하는 방향으로 정부 예산안을 손질할 계획이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요불급한 예산, 낭비적인 사업예산, 예산집행이 부진한 사업 등을 삭감할 것”이라면서 “보육과 교육, 지역경제활성화, 국방 등의 분야에 증액 요구가 많다”고 밝혔다.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은 “보육, 노인, 일자리 등 복지예산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 7명 중 정갑윤 위원장을 비롯해 이종혁 구상찬 배영식 이정현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5명에 달해 ‘박근혜 복지’의 구상이 내년 예산에 어떻게든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가 기획재정위 등에서 수차례 강조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나 고용훈련 프로그램의 내실화 등이 이와 관련된 예산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이 계수조정소위에 친박 의원을 다수 배치한 것은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및 대선 활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이달초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것을 쇄신의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등록금 부담완화, 사회보험료 지원, 노인빈곤,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강조했었다.
◇野, 9조원 삭감·10조원 증액 요구=민주당은 세출예산 9조원을 삭감하고 10조원을 증액해(순증 1조원) 일자리와 민생 예산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1조5천억원 규모의 4대강 후속사업과 결산심사 때 지적받은 예산 1조2천억원, 1조7천억원 규모의 중복사업 등을 삭감해야 한다”며 “삭감 총액이 여야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주장하는 세출 삭감 총액이 6조원이나 차이를 보여 계수소위 진행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정책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전투력이 강한 의원들을 계수조정소위에 배치했다는 후문이다.
4명의 민주당 소위 위원 중 강기정 주승용 의원이 호남 출신이어서 이 지역의 예산을 최대한 끌어오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등록금·무상급식 지원 등 쟁점=여야간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사업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하는 지류하천정비 등 4대강 후속사업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지속적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삭감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군기지사업에 대해 “군항기지로 부적합하다”며 1천327억원의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민군 복합항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학등록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2조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미 1조5천억원이 책정된 만큼 그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1조원 규모의 중앙정부 지원을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명으로 구성된 계수조정소위는 오는 29일까지 감액·증액내역을 정리해 정부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을 작성할 예정이다.
여야는 예산안을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뒤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앞서 합의했으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둘러싼 여야관계의 경색이 예산안 처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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