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판단과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혁신과 도전에 나서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외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세계적인 차원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순간의 방심은 기업의 생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이 약진하는 동안 LG그룹이 고전한 것은 자동차와 전기전자(IT) 업황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교보증권 송상훈 리서치센터장은 21일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이후 세계 시장의 수요가 중소형차로 몰리면서 커다란 혜택을 누렸다. 반면에 IT 기업들은 제품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세라는 악재를 맞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그룹과 마찬가지로 IT 기업을 주력 계열사로 둔 삼성그룹의 순이익이 2008년부터 꾸준히 증가한 것을 보면 업황 변화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외부 요인뿐 아니라 경영진의 지도력이라는 내부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업황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것과 달리 LG전자의 대응이 뒤처진 데는 경영진의 시장 판단과 추진력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것이 시장의 중평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일궈낸 스마트폰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해 이를 따라잡았지만, LG전자는 느리게 대응한 탓에 치명타를 맞았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애플에 한참 뒤질 뻔한 위기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의 신속한 판단 하에 사업의 중심을 반도체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기고 업황 변화에 빨리 적응했다. 그러나 LG전자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LG전자 경영진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 전망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다시 일어설지는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렸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LG전자가 실적 회복에 성공하려면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 있다. 성패는 내년 상반기에 갈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재벌그룹의 부침은 혁신과 도전 여부로 결정된다. 그래서 최고 경
영자가 중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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