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북극해 항로, 뚫긴 뚫어야 하는데…"

-국토부, 한진·현대·STX에 공동시범운항 요청<br/>-운항 시 장·단점 분석에 골머리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북극해 항로를 바라보는 선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동서를 연결하는 기존 항로보다 운항거리와 운항일수 모두 줄일 수 있다. 안정성과 추가 부담 비용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이 공동으로 북극해 시범운항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시범운항을 통한 항로개설 가능성과 운항기술 습득이 목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7월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북극해 진출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두 달 뒤인 9월 북극해 항로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경제적 이유가 크다.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항로보다 운항거리는 8000km, 운항일수 14일이 각각 줄어든다.

일본선박해양재단(SOF)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극해 항로를 계절적으로 선택해 이용할 경우 수에즈 항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10% 정도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송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은 북극해 연안에 북미시장을 겨냥한 LNG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야말지역' 가스전은 아시아 및 북미 서안으로 운송할 경우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북극해 항로는 정치적 제약조건 외에도 자연·환경적 제약, 선박운항기술상의 제약, 경제적 문제 등으로 특정선사가 독과점하는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극해 항로 해운서비스 상용화에 대비, 국내 선사들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항로보다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선사들이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경우 별도의 특약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북극해는 선체 및 선주배상책임공제(P&I) 보험 담보제외지역이다. 러시아 쇄빙선 및 도선사 이용에 따른 추가비용도 발생한다.

북극해의 얼음도 최대 난관이다. 북극해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은 결빙이 되지 않는 해역으로 항해하거나 일년빙 또는 보다 두꺼운 다년빙과 맞닥뜨릴 수 있다. 특히 다년빙과 선박의 충돌은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선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주의 동의 없이는 북극해 통항이 어렵다"며 "선주들이 유빙으로 인한 선박 손상 우려로 북극해 통항을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북극해 운항 가능 선박은 현대상선과 STX 팬오션이 중량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배를 빌려 운항 중인 내빙선(Ice Class) 6척 정도다.

한편 국토부와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일 포스코를 방문, 시범운항선박에 실을 화물에 대해 협의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포스코의 유럽 수출 철강재를 북극해로 수송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