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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은 대회사에서 "제약업계의 결집된 의지와 진정성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중요한 자리"라며 "110여년 제약산업 역사상 최초로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제약인의 절박함을 알리자"고 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열린 궐기대회에서 내년부터 시행될 정부의 약값 인하로 국내 제약계의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60만명의 약계 가족이 경제적으로 위협을 받고 정리해고가 불가피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참가 제약인들에게서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회장은 가득 찼고, 구호 소리는 컸다. 그뿐이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이로 인해 겪게 될 피해가 당장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피해 규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절박함으로 인해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담겨져 있지도 않았다. 참가한 젊은 제약사 직원들은 기계적으로 구호를 제창하고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들이 온 마음으로 호응한 시간은 가수 신형원이 등장한 문화공연 때였다. 신형원이 '개똥벌레'를 부르자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그가 '제약계에 울다 지쳐 잠들지 않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하자 참가자들의 박수소리가 커졌다.
대회의 마지막 순서였던 결의문 채택·낭독 시간에 기자석 뒤편에 있던 2층 참가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기자석 뒤에서는 더 이상 구호나 박수, 함성이 나오지 않았다.
용두사미(龍頭蛇尾). 8만명의 제약사 임직원이 모여 정부 규탄대회를 가질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제약협회가 규모를 대폭 축소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제약계는 이 정도만 해도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평할지 모르지만, 기자에게는 진정성 없는 하나의 쇼로만 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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