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의 영웅’ 석해균(58) 선장이 21일(현지 시간) 영어 연설로 세계 각국에서 온 해양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석 선장은 이날 오후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총회장에서 에프티미오스 미트로폴로스 IMO 사무총장으로부터 ‘세계 최고 용감한 선원상(Exceptional Bravery Award at Sea)’ 상장과 메달을 받았다.
총회장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추규호 주영 한국대사,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59)씨를 비롯해 169개국 대표 등 600여명이 참석해 석 선장의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석 선장이 상을 받기 위해 지팡이를 짚은 채 일어나자 각국의 대표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내며 아덴만의 영웅을 맞았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총회장에는 그가 겪어온 피랍부터 병원 후송, 회복 과정까지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석 선장은 능숙하진 않지만 자신감 넘치는 영어 연설을 통해 “납치와 구출작전 당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했었다”면서 “비록 여러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그런 일들을 실천으로 조금씩 옮겼을 뿐이었다”고 겸손해했다.
석 선장은 이어 “세계 여러 해역에서 아직도 선량한 선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많은 해적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데 대해 35년의 세월 동안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저로서는 두려움과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개탄했다.
그는 “저와 동료 선원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어느 해역에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고 있을 모든 선원들을 위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해적 퇴치에 적극 관여해 달라”면서 연설을 끝맺었다.
권도엽 장관은 이날 낮 석 선장의 수상을 축하하는 오찬 리셉션 자리에서 “올해 IMO는 ‘해적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자’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해적과 관련된 공적을 인정받아 석 선장이 이 상을 수상하는 것은 해적 퇴치를 위한 IMO의 강한 의지의 표시”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석 선장은 행사가 끝난뒤 인터뷰에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배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한국 사람으로서 해적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로 이런 상을 받게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부인 최진희씨는 “살라라로 갔을 때는 살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의사 선생님에게 죽어도 한국가서 죽도록 해달라고 사정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의료진에 감사드리고 역경 속에서도 이겨낸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007년 제정된 이 상은 해상에서 인명을 구하고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진다.
IMO는 169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산하기구로 해운·조선 관련 안전, 환경, 해상교통 촉진, 보상 등의 국제규범을 만들고 이행을 감독한다.
석 선장은 삼호주얼리호가 지난 1월 15일 아라비아해 인근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고 같은 달 21일 청해부대 최영함의 아덴만 여명작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줬다.
그는 당시 입은 총상으로 국내에 후송된 뒤 9개월간의 입원 및 재활 치료를 마치고 지난 4일 퇴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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