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 대신 의장석에 오른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22일 오후 4시30분께 재적의원 295명중 170명이 출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한미FTA 14개 관련 이행법안들도 일괄 처리됐다.
4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이날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비상의 날갯짓을 펼치게 됐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유럽연합)에 이어 초강국 미국과의 무역국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의 제조업과 IT 분야의 경쟁력, 중국과 일본을 틈바구니에 둔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한미 FTA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가져올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으로서는 유럽, 미국과의 시장개방은 질 좋은 공산품, 농수산물의 접근성 확대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다. 물가안정과 저축액 증대, 한국산 제품의 품질 제고 노력을 자극해 외환위기 이후 장기침체의 덫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줄 개연성도 커진다.
지난 7월 1일 자로 우리와의 FTA가 발효된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천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한다. 미국의 GDP는 14조3천억달러(세계 GDP 23%)로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다.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불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GDP 1조4천억달러)보다 30배, 세계 무역의 60%에 이르는 세계 1,2위권의 경제권에 대한 관세 없는 접근권을 확보하게 된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 교역 규모는 900억달러 정도다. 수출은 498억달러, 수입은 404억달러로 무역수지는 94억달러다.
한미 FTA의 발효는 국내 산업 등 경제구조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FTA가 이뤄지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데 한-칠레는 지난 7년간 중소기업의 수출품목과 기업의 수가 50% 증가했다”며 ’기회‘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편 당론으로 FTA 비준을 반대해 온 민주당이 이날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 단독으로 비준안을 처리됨에 따라 내년 총선전까지 급랭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준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최루탄을 터트려 국회 경위에 연행되는 등 소동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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