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는 빚을 내 겨우겨우 마련한다 치더라도, 대학가 주변 숙소 문제는 또다른 장벽으로 다가온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에게 서울의 주거 비용은 가히 살인적이다.
내 몸 하나 겨우 누울 조그만 방의 월셋값이 40만~50만원에 이른다. 일년이면 보증금 합쳐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이마저도 주택난으로 쉽게 구할 수 없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집 한 채 값은 넉넉히 할 전셋집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돈이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세상이 너무 무섭다. 이에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대학생들의 주거 실태를 직접 돌아보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유흥업소들이 파고든 서울 신림동 고시촌 일대. |
“최신 원룸도 아닌 월 40만원짜리 옥탑방에서 살고 있는데 관리비나 생활비를 포함하면 한달에 드는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네요. 등록금도 벅찬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죄송합니다” (흑석동 거주 중앙대 재학생)
대학생들이 등록금 외에도 높은 대학가 집값에 이중고를 겪으며, 주변 쪽방이나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부에만 전념해도 취업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값 싼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온동네를 뒤지는가 하면, 어렵게 구한 방으로 들어가지만 주택가까지 파고든 노래방, 선술집 등의 소음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23일 오전 11시경 숭실대와 중앙대가 인접한 상도동을 찾았다. 다세대주택이 즐비한 이곳에서 한 다세대주택은 12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주택 원룸의 전세가는 전용면적 약 10㎡가 7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60만원 수준.
상도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괜찮은 원룸에 살려면 전세는 6000만~8000만원대,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45만~50만원은 줘야한다”며 “집값을 부모들이 대주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월 30만원짜리 반지하나 옥탑방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집을 찾아 숭실대 맞은편 다세대주택 옥탑방을 찾았다. 집 내부에 들어서니 난방을 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외풍이 심해 겨울철에는 꽤나 고생할 듯 싶었다.
옥탑방을 내놓은 집주인은 “집값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5만원으로 가격이 저렴해 방이 비어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옥탑방이나 반지하는 저렴한 가격에 대학생들이 찾기는 하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친구와 함께 보증금 2000만원에 월 40만원짜리 반지하방에 살고 있다는 한 여학생은 “혼자 있을 때는 낮에도 창문 커튼을 닫아놓고 있다”며 “창문쪽에서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란다”고 토로했다.
숭실대 인근 일명 ‘먹자골목’ 근처에서 자취 중인 한 남학생은 “밤늦게까지 소음이 심해 생활하기가 불편하다”며 “조용한 주택가로 옮기려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자취생들이 늘어나면서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접 거래에 나서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반지하 원룸을 직거래로 내놓은 한 중앙대 학생은 “다음 학기 휴학할 예정이어서 집을 내놨는데 집 처리문제랑 시험기간이 겹치면서 요새 정신이 없다”고 한숨 쉬었다.
보증금마저도 구하지 못한 일부 대학생들은 방값도 저렴하고 보증금도 없는 고시텔이나 고시원 등으로 몰리기도 했다. 특히 신림동 일대는 고시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호프, 바 같은 술집이나 노래방, 마사지샵 등 수많은 유흥업소들이 파고들어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짝이없다.
이날 오후 찾은 이 곳 한 고시원 총무는 “고시생이나 직장인들이 많지만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싼값을 원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방값이 싸다고는 하지만 사실 누워서 잠만 잘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한 고시원 내부 모습. 책상 밑으로 겨우 한사람이 누울 공간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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