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자료를 인용,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1999~2009년 사이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에서 150만명, 중남미에서 48만명 가량의 채용을 늘린 반면 미국내에선 86만개의 일자리를 줄였다고 보도했다.
1999~2009년까지 미국 비금융 기업의 해외 채용 가운데 57%가 아시아에 집중된 점은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중국 현지 채용은 지난 10년간 172% 증가, 약 68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인도는 542%의 증가폭을 보이며 39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밖에 전체 해외 채용의 18%가 중남미에서 이뤄졌다.
동시에 이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동유럽에서 채용을 늘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약 13만명과 5만명 가량을 각각 채용했다. 반면 임금이 비싼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1만5000명과 9000명 가량을 각각 감축했다.
미국 상무부 애널리스트 케빈 베어풋과 레이몬드 마탈로니는 “다국적기업 해외법인들의 판매결과를 보면 이들이 생산성을 증대하는 주된 목적은 현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판매를 늘리는 것”이라며“기업들이 선진국 시장에서 인건비와 제품 생산비를 줄이는 대신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쪽으로 시장 공략법을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해외 채용이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 보고서에 따르면 1989~1999년 동안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전체 산업 분야에서 자국내 채용 440만명, 해외 인력 채용 270만명을 유지했지만 지난 1999~2009년간 자국에서는 86만 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고 약 290만 명을 해외에서 채용했다.
또 미국 제조업체는 미국 내 채용이 전체의 60%를 차지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210만명을 해고했다. 동시에 해외 채용은 23만명 늘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투자 부문에서도 이같은 현상을 나타났다. 미 상무부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기업들은 전체 투자 비용 가운데 자국 투자 비중이 해외보다 더 컸지만 증가폭은 해외 투자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다국적 기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자국내 투자 비율은 0.2% 소폭 증가한데 비해, 해외 투자는 4%나 증가했다.
WSJ은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면 정치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WSJ은 "기업들의 해외 채용이 더 본격화되면 미국내 각종 세금과 실업률 문제가 불거져 정치적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 내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펼쳐온 다양한 기업활동 촉진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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