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친박·비주류의 틈바구니에서 ‘식물대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한미 FTA 처리를 진두지휘하며, 당론 주도와 공천 문제 등에서 ‘입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 대통합을 둘러싸고 내홍에 시달리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미 FTA 비준안 통과로 야권통합의 동력을 일부 상실하게 됐으며, 당 지도부의 책임을 비판하는 비주류에 난타 당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당내 친이·친박 사이에서 미숙한 '교통정리'로 비판받던 홍 대표가 한미 FTA 처리를 두고 전면에 나서며 당 대표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미 FTA 강행 처리로 홍 대표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될 수 있으나, 선거에 가까워질 수록 처리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론 적절했다"며 "당내 여론을 끌어모았고, 청와대와의 관계 원만화 차원에서 홍 대표의 입지도 확고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손 대표가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며 야권 대통합의 동력으로 삼았는데, 이 때문에 협의처리가 불가능했으며 결국 한나라당의 기습처리란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특히 비주류를 중심으로 손 대표가 추진하는 야권 대통합을 반대하는 의견이 커 당내 '손 대표 때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최인기 의원은 "지도부가 무능했다. 강행 처리를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협상과정에서 얻어낸 것도 없었다"며 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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