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의 ‘나꼼수’

한국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열기가 미국에까지 전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에서도 “한국의 기성 정치판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며 수백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내년 대선 등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나꼼수’ 진행자들은 다음달이면 미국 동부와 서부 주요 대학에서 강연도 펼칠 예정이다.

‘나꼼수’의 내용에 대해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나꼼수’라는 자아비하적 제목을 정치 방송에 환호할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꼼수’의 사전적 의미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다. 자신의 욕심 등을 위해 좀 치사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방송 내용상의 ‘꼼수’는 ‘겉으로는 대의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욕심을 차리는 위선적인 행동’을 주로 말하는 것같으며, 일부 방법이나 행동은 사실 관계가 규명되면 당사자가 형사 처벌을 받을 만한 것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의 꼼수 보다는 더 강한 비판이 방송에 들어있다.

대부분의 꼼수 비판이 정치인들을 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헌정 방송이라는 ‘나꼼수’의 자기 규정에서 잘 알 있듯이 이 대통령이 주 타깃이고, 작렬하게(나꼼수의 표현을 쓰면) 전사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이 포화를 맞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정치판에서도 정말 대단한 꼼수를 쉽게 볼 수 있어 좋은 비교가 된다.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대가 워싱턴 DC에서 구호를 바꾸어(“D.C.를 점거하자!”) 정치인들을 단죄한 것은 아마 미국의 ‘나꼼수’ 여론 시대가 열리는 시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타깃이 된 정치인들은 아마 속이 뜨끔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알듯이 정치인들의 가장 큰 목적은 당선이다. 차기 당선에 사활을 걸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은 겉으로는 계속해서 “국가를 위해...”, “유권자를 위해...”, “후세대를 위해...” 등의 공염불만 외쳤다. 이 꼼수는 바로 감지됐다.

계기는 바로 지난 여름 미국 정부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고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위기를 겪으면서였고, 또 한번은 최근 의회 수퍼커미티의 재정 적자 합의 불발이다.

양당은 풍전등화와 같은 국가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의 당리 당략만 내세웠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 협상이 깨진 탓을 돌렸다.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공화당에 대해서는 ‘미국 경기 침체가 빨리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나꼼수식’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는 내년 대선 직전까지 경제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야 공화당이 백악관을 되찾아올 수 있고, 이후 4년이 지나 경기 사이클상 경제 호황이 오면 공화당 대통령 재선은 따논 당상이라는 분석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잘 믿기지가 않지만, 이같은 분석을 많은 국민들이 믿게 될수록 바로 미국 형태의 ‘나꼼수’ 열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월가 점거 시위대는 물론이고 미국 유권자들이 그렇게 비판했던 대기업과 대형금융기관들의 이기적인 한 행태가 의회가 아닌 한 20대 초반 파트타임 여성과 네티즌들의 청원으로 최근 해결된 사실은 정치인들에게 겁나는 일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금융기관들의 수수료 신설 및 인상 시도가 철회된 것은 기존 정치 시스템이 아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세대들의 힘이었다. 한국의 ‘나꼼수’ 힘의 기반이 미국에서도 느껴지고 있다.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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