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세 동생들이 롯데시네마의 매점 운영회사인 '시네마푸드'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들은 이번 지분 변동으로 처음으로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국내 복합상영관의 매출에서 영화 관람보다는 콜라·팝콘 등의 판매를 올리는 매점 사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알짜배기' 비상장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 조정작업이 개시된 것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격호 회장의 두 여동생인 신경애씨와 신정희씨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시네마푸드의 지분 2.34%를 추가로 매입해 5.44%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됐다. 이들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신 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주) 사장도 같은 양의 주식을 사들여 5.44%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에게 지분을 매도한 주체는 기존의 주주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일가다. 신 사장은 신격호 회장의 장녀다. 신 사장은 이번에 2.77%의 지분을 팔았고, 신 사장 세 딸들도 각각 0.76%, 0.55%, 0.55%씩 주식을 매도했다. 시네마푸드는 신 사장 등 신 회장의 친인척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로, 롯데그룹의 영화관 매점사업을 영위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매점운영은 통상 관객 한명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노른자위 사업으로 간주된다. 같은 업종의 롯데 계열사인 시네마통상은 지난해 관객수 약 2500만명에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관련 업계는 평가했다.
이번 지분 이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복합상영관의 매점 사업을 둘러싸고 부의 재조정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매점사업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영화관을 소유한 롯데시네마의 일감을 받아 매출을 올리는 구조”라며 “오너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부의 재분배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은 고전적 수법이지만 그동안 당국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사장이 최대주주인 시네마푸드는 신 총괄회장과 특수 관계인이라는 점 때문에 법규상 계열사로 편입돼 있을 뿐 그룹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시네마푸드는 지난 7월 롯데그룹에 편입되면서 기존에 신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시네마통상과 사업부문이 겹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굳이 기존 사업체를 두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것을 두고 제3의 매점 운영권자인 유원실업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부인인 서미경 씨의 외동딸 신유미 씨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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