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일 이례적으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쇄신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엄중한 절차에 따라 공천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등으로 확산된 당내 위기감으로 인해 이번 쇄신의 강도가 어느 때 보다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력 의원들의 탈당설 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전날 홍 대표의 ‘사퇴 카드’에 대해 “큰 정치가 아닌 꼼수”라고 비판한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지도부가 희생하는 정신을 가지고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관심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 4·27 재보선 이후 사실상 친이(친이명박)계가 몰락한 이후 박 전 대표가 실질적인 당의 주도권을 쥐고 왔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당 대표로 복귀’를 전제로 ‘사퇴카드’를 던졌던 홍 대표의 전술이 어느정도 통했던 것 역시 박 전 대표의 의중이 홍준표 체제의 유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 당시 대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현 지도체제를 중심으로 한 쇄신안에 무게를 뒀던 사실은 이 같은 점을 방증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쇄신 방향을 말하지 않아도 친박계 의원들이나 당내 분위기가 그 쪽으로 자연스럽게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 한나라당의 현실”이라며 “따라서 향후 쇄신안이 결정되더라도 박 전 대표의 의중에 반하는 쇄신안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결국 한나라당의 쇄신 논의 방향 역시 박 전 대표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와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다른 최고위원들이 배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시간 따로 논의를 가진 사실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유 최고위원은 회의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전략공천이 아닌)시스템 공천을 주장해 왔다”고 말했으나 홍 대표와의 논의 내용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주말인 오는 4일 최고위원회의를 재소집해 쇄신방안에 대해 결론을 지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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