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무역 1조달러 시대는 새로운 출발선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한국이 세계에서 9번째로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 시대를 찍은 나라가 됐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은 기록이다. 1조 달러를 달성한 8개국 가운데 작년 이를 유지한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등 6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통상강국의 외양을 표방해 온 우리에게 1조 달러 시대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하지만 수출에 기대어 성장한 한국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주변 환경은 한마디로 우울하다. 샴페인을 터뜨리며 요란을 떨기보다는 치밀한 전략과 셈법으로 차분한 준비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진국 경제침체를 주요 악재로 꼽고 있다. 당장 재정위기를 겪고있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올해 7∼10월 5.5% 감소한 반면 수입은 22.0% 늘었다.

주요 선박 발주국인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맞물린 선박 수출 저조,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정보기술(IT) 제품의 판매 부진, A380 3대가 한꺼번에 들어온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에 밀린 고질적 대일 무역역조, 상품에 대비되는 서비스 분야의 수출 약세, 대기업과 비교되는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열세는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해 1∼9월 대일 무역적자는 작년 동기에 비해 17.9%나 줄었다는 집계가 있지만 대지진으로 일부 품목의 수입이 줄고 엔고로 인해 수입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선진국 경기악화로 IT 수출이 고전하면서 일부 수입이 감소했기에 일시적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을뿐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무역역조 개선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해설이 많은 편이다.

한일간 교역관계를 보면 한국형 수입 의존적 수출구조의 전형을 읽을 수 있다. 수출 중간재 투입 비중이 높으면 수출이 늘어도 수출에 필요한 원자재나 중간재의 수입이 더 빨리 증가해 이 구조를 심화시킨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교역관계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을 다시한번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가 경쟁적으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때 한·중FTA, 한·일FTA 등에 대해서도 협상에 나서야 한다.

세계 7위의 상품 수출에 대비되는 15등의 서비스 수출도 풀어야할 난제이다. 의료 서비스, 컨벤션 산업, 이벤트 사업 등의 분야에서 개척할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중화학, 첨단 산업의 수출 주도와 약진 과정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문제도 고질적이다. 강한 중소, 중견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히트 수출상품을 가져야 비로소 대-중소기업의 불균등 발전을 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권영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2000년대들어 세계경제가 빠르게 통합되고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이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작용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영향을 주고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신흥국 시장 공략 강화와 다변화, 선진국 시장에 대한 고부가가치 수출전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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