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최대 5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혁명을 이루자” “푸틴 없는 러시아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통합 러시아당을 비난했다.
시위대가 푸틴의 장기집권에 항의하며 크렘린궁으로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시위 과정에서 300여명이 체포됐다.
이날 시위는 최근 수년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정부 항의시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러시아 야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1야당인 공산당의 겐나디 쥬가노프 당수는 전날 실시된 총선이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가장 더러운 선거였다”고 규탄했다.
이번 총선에서 약 20%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된 공산당 측은 제1야당으로 약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공식 발표된 것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주장하며 통합 러시아당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도 남부도시 크라스노다르 등지의 투표소에서 자신들의 선거감시요원들이 쫓겨났다며 여당을 비난했다.
익명의 한 야당 대변인은 첼랴빈스크 투표소에서 선거위원회 직원이 유권자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통합 러시아당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도 러시아 총선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 총선 과정에서의 선거부정이 “매우 염려되는 문제”라고 말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러시아 유권자는 이번 선거부정 논란에 대해 충분히 조사된 결과를 보고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은 “통합 러시아당이 최근 몇년간 정치적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해온 만큼 이번 총선의 승리는 러시아 전체에 중요한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번 총선이 “공정하고 정직하며 민주적이었다”고 옹호했다.
앞서 4일 총선에서 통합 러시아당은 450개 국가 두마(하원) 의석 가운데 238석을 차지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과반(225석)을 넘는 것이지만 2007년 총선에서 확보한 315석(64%)에는 크게 못 미치는 의석수다.
한편 영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 관측통들은 푸틴이 총선 부진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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