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국타이어 3세 오너 조현식·조현범 사장(왼쪽부터) |
6일 정기임원인사에서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39)이 사장으로 전격 승진, 장남인 조현식 사장(41)과의 향후 후계구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선 지난해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사장(41)을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조현범 사장이 동생이지만 형보다 회사 지분이 더 많은데다 이번 승진으로 경영능력까지 인정받게 돼 향후 조현범 사장 중심의 후계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투톱' 체제 확립… 향후 경영권 향방은= 현재 한국타이어는 전문경영인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63)이 이끌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1997년부터 10여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맡아 온 조충환 대표이사 사장 때부터 전문경영인과 오너 경영인과의 공조체제를 이어왔다.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은 36.27%. 조양래 회장이 15.99%를 보유한 가운데, 장남 조현식 사장(5.79%), 차남 조현범 사장(7.10%)의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장녀 희경 씨와 차녀 희원 씨가 각각 2.72%, 3.57%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모회사인 한국타이어가 곧 주력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다른 그룹사와는 차별화된다. 다만 이 때문에 3세경영권 구도를 짜는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룹 경영권의 분할 승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조홍제 창업주는 장남 조석래 회장에 현재의 효성그룹을, 조양래 회장에게는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에게는 대전피혁을 물려준 바 있다. 재계에서 현식·현범 형제의 경영권 구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단순 지분구조만 따지면 이번에 승진한 조현범 사장이 지분 7.10%를 보유, 지분 5.79%를 보유한 형 조현식 사장을 앞선다. 더욱이 조현범 사장은 올 6월 착공한 인도네시아 신공장 사업을 진두지휘, 업무적인 실적도 더했다. 올 9월 무산되기는 했지만 현지 4위 업체인 멀티스트라다 인수도 그가 기획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8년 이 회사에 입사, 광고홍보팀장, 마케팅본부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기도 하다. 2001년 당시 이명박 전 의원의 3녀 이수연 씨와 결혼했다.
형 조현식 사장의 경우 지분은 더 적지만 실적에 있어서는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입사한 그는 2008년 11월 한국지역본부장을 지내며 내수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 공로로 지난해 6월 사장(마케팅본부장) 승진했다. 같은해 3월에는 등기임원으로도 선임됐다. 2008년에 이어 두번째다. 그에 앞서 마케팅본부장 시절에는 헝가리 공장 진출 및 폴크스바겐 등 해외업체 납품을 주도하는 등 해외 경력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동생 조현범 사장의 경우 부사장이던 2008년, 재벌 2~3세 주가조작사건(무혐의)에 연루되는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관계사 신양관광개발 활용방법 있나= 3세 오너지분 100%로 구성된 시설관리업체 신양관광개발의 활용 여부 및 그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의 지분은 현식(44.12%)·현범(32.65%)·희경(17.35%)·희원(5.88%)가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지분은 동생보다 1.31%포인트 낮은 조현식 사장이 이 회사 지분은 11.47%포인트 많다.
연간 매출액은 16억원 전후로 작은 기업에 불과하지만, 한국타이어 주식 144만3157주(0.95%)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982년 회사 설립 이후 주식 취득당시 11억여원이던 주식가액은 현재 458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과 2010년 1년 사이만 해도 90억여원으로 가치가 늘었다 한국타이어 배당 땐 5억여원에 달하는 배당이익도 내고 있다. 이를 포함해 이 회사는 단기주식매매 등을 통해 지난해 90억원이 넘는 영업외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전체 매출액(16억여원)의 37%인 6억여원인 것과 대조적이다.
재계에서 이 회사를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현금창구'라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회사를 활용할 경우 향후 경영권 구도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타이어 지분 50%의 IT계열사 엠프론티어도 주목받고 있다. 2000년 8월 설립된 이 회사는 두 사장과 장녀 희경이 각각 20%, 20%, 10%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514억원으로 큰 회사는 아니지만 역시 향후 3세들의 경영권 확립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십수년 째 오너 경영이 경영해 온 만큼 당분간 이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둘 다 사장으로 회사 핵심 요직을 맡고 있는 만큼 1~2년 내 3세 경영체제는 본격화 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오너지분이 높은 비상장사 활용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영권과 관련, 비상장사를 활용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규모가 너무 작은 까닭에 향후 경영권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타이어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조현범 사장은 인도네시아 신공장의 기획부터 착공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성장을 이끌었다”며 “글로벌 성장에 맞게 커진 조직의 경영시스템 안정화를 이뤘고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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