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당 해체 후 재창당’ 카드를 빼들고 또 한번의 재신임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대권행보’에 올인하기 위해 자기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당 쇄신 작업에선 막후에 머물길 바라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홍 대표는 당장 당 쇄신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최고위원 3명이 빠져 사실상 식물화된 최고위 대신 중진의원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포괄적 당무집행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가 재신임을 받기 위해선 확실한 재창당이 성공해야 한다.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은 당 쇄신방안과 관련해 “해산을 해서 재창당하는 수도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보수 세력, 특히 중도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형태의 재창당이 있어야 한다”며 “(보수대통합보다는) 중도대통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래희망연대와 ‘대중도통합’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 등이 우선협상 대상이다.
그러나 이 세력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3040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벤처기업인 등 중도성향의 신진세력을 데려와야지, 보수세력만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홍 대표에게 기회는 아직 있어 보인다. 지난 7월 취임 후 당청관계 재정립, 친서민 행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처리 등 난제들을 잘 풀어내 ‘홍준표의 대안이 누구냐’는 호응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10월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작업과 ‘디도스 사태’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 리더십 부재를 불러온 상황이다.
홍 대표 측은 “무상급식 투표 등 외부 악재로 인해 대표로서 제대로 일도 못해봤다”며 재기의욕을 보였다.
홍 대표의 거취 문제와 함께 박 전 대표도 고민에 빠진 상태다. ‘구원등판’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이한구 의원은 “내년 총.대선 승리를 위해선‘정책’과 ‘쇄신’이 필요하다”며 “박 전 대표는 국민과 소통하며 알찬 정책으로 승부해야 하고 쇄신은 당 지도부가 맡는 ‘분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가 구성될 경우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의 쇄신과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그나마 국민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인물은 박 전 대표가 유일하다는 것이 당내 대다수의 기류이기 때문이다.
이는 ‘천막당사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자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천막당사로 옮긴 뒤 국민에게 호소해 당의 총선 선전을 이끌었다. 이후 당 개혁작업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새인물 공천 등 외연확대로 당이 위기를 추스릴 가능성이 높다”며 “상식적으로 박 전 대표외엔 대안이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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