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꼴지’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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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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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꼴찌’들의 성공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지난 6일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사퇴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삼성, LG에 밀린 휴대폰 3위 기업, 경영난에 워크아웃까지 당한 ‘꼴찌’ 기업을 17분기 연속 흑자를 낸,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의 새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워크아웃의 온전한 졸업을 위해 1000억원대 스톡옵션도 포기한 채 사표를 던졌다. 그 결과, 채권단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자신을 내던진 꼴찌기업 CEO의 반란이 성공한 셈이다.

자동차업계에도 꼴찌 기업이 있다.

쌍용차는 2009년 워크아웃에 첨예한 노사갈등으로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다. 연구원들은 신차개발을 위해 협력사 연구소를 전전했고, 이유일 회장, 박영태 사장 등 임원진은 공장에서는 노사협상을 하는 한편 외부에서는 채권단을 설득하고, 새 인수자를 찾으며 동분서주 했다. 그 결과 이듬해 새 인수자인 마힌드라와의 계약을 끝냈다. 신차도 출시했다. 판매는 조금씩 정상화 됐다. 올해 실적은 10만4336대. 많이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산차 꼴찌다. 내수 점유율은 2.5%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국내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수입차 시장의 막내 스바루코리아는 수입차 부문 꼴찌다. 올해 543대를 판매했다. 고급차 스포츠카만 판매하는 포르쉐(1229대)보다 적다. 판매가 좋았던 서울 용산 재규어 전시장도 스바루 매장으로 바꾸는 등 자신의 브랜드에 ‘올인(All-in)’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듯 차는 좋다. 하지만 후발 업체로서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았다.

쉽지 않다.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고군분투 하고 있다. 쌍용차는 어려운 속에서도 올해 지난해보다 1.5배 더 팔았다. 국산차 중에선 가장 빠른 성장세다. 내년 신흥 자동차 강국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스바루코리아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더 팔았다. 겨울에 강한 브랜드 답게 하반기 들수록 판매량이 늘고 있다. 내년 9월에는 임프레자 고성능 모델(WRX STI) 등 신차도 출시한다.

내년, 노력하는 꼴찌들의 반란을 기대한다. 이들의 성공은 곧 침체된 한국 사회에도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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