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고 삽시다”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한번 들어 보시길.
서울에서 발행하는 이른바 중앙일간지는 종합지, 경제지 등을 합해 20여개가 넘는다.
인구 5000만명이 채 안 되는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신문이 쏟아져 나온다. 이러다보니 ‘메이저’, ‘마이너’ 등의 지칭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우리 이웃 일본(인구 1억 3000만명)에서 발행되는 전국 단위 일간지는 몇 개나 될까.
단 5개 뿐이다.
이름하여 요미우리, 아시히,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산케이.
이들 중 단 한 곳, 마이니치를 빼곤 모두 지상파 방송을 거느리고 있다.
요미우리-니혼TV, 아사히-TV아사히, 산케이-후지TV, 니혼게이자이-TV토쿄 식으로 연결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1960년대 일본 정부는 미· 일 안보 조약 개정을 둘러싸고 여론의 강한 반대로 내각 사퇴 직전까지 겪게 되자 신문사들이 갈망해 온 방송지배권을 넘겨 주었다.
언론에 ‘당근’을 쥐여 준 덕분에 자민당은 1970년의 미·· 일 안보조약 개정을 비교적 무난히 넘기며 장기 집권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일본 신문사들은 권력 비판에 눈을 감게 됐고, 권력의 언론 통제는 더 쉬워졌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송두리째 실종됐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올 3월 동일본 대지진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일본 신문들은 정부와 토쿄전력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괜챦다”고만 되풀이 했다.
때문에 후쿠시마의 어린이와 여성들이 대량 피폭을 당했다. 언론의 거짓말이 이를 부추긴 꼴이 됐다.
다시 무대를 대한민국 서울로 옮겨 보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대기업 광고 최고 책임자들을 불러 광고비 지출을 늘리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광고를 하라는 압력으로 느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 위원장은 종편을 허가해 준 정부 최고 당국자다.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이 대주주인 4개 종편이 지난 1일 개국했지만 0%대의 극심한 시청률 부진에다 광고 수주의 어려움이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종편 살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광고 시장 파이는 한정돼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메이저’ 신문만 파이를 더 가져간다면 나머지들은 어떡하라 말인가.
그냥 앉아서 손가락만 빨아라는 것인가.
존경하는 최시중 위원장님께 간언(諫言)드린다.
“같이 먹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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