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황인성 기자)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이성규 감독은 영화 '오래된 인력거'를 만들기 까지 12년의 세월을 투자했다. 땅과 물이 낯선 이국땅 인도에서 그는 한 인력거꾼의 삶을 지켜봤다.
한국의 이방인에게 인도는 쉽게 자신을 열어주지 않았다. 댕기열, 말라리아, 히트알러지까지 이름도 생소한 병이 이성규 감독을 괴롭혔다. 영화를 마치고 나자 이성규 감독은 틀니를 해야 했다. 영화는 감독의 희생 끝에 탄생했다.
영화 '오래된 인력거'는 기쁨의 도시 캘커타의 인력거꾼 샬림, 마노즈가 주인공이다. 인도는 IT산업이 발전한 나라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산다.
무슬림인 샬림은 60년대 한국의 아버지와 비슷했다. 그는 자식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인력거를 끌었다. 그의 소망은 삼륜차를 사고 돈을 벌어 집을 짓는 게 꿈이다.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 그 목표를 위해 샬림은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48만루피(1200만원)를 모으기 위해서다.
영화는 돈을 벌기위해 부지런히 달리는 샬림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감독은 아버지의 모습을 샬림에게서 봤다. 자식과 아내를 위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쓰는 샬림이 병약했던 어린 시절 병원비를 대던 아버지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아내는 저한테 저희 아버지의 이야기만 들었어요. 그런데 인도에서 샬림을 만나더니 아내가 저한테 '저희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신기해서 샬림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꼭 옛날에 저희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내레이션을 맡은 이외수 소설가는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감독에게 "참 징하게 만들었소"라고 말했다. 영화는 인도의 한 인력거꾼의 12년 삶을 85분으로 응축됐다.
주인공 샬림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영화에서 그는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샬림은 절망한 나머지 촬영까지 거부했다.
"영화를 마치고 제작진들이 돈을 모아 샬림에게 줬어요. 약 650만원 남짓인데 샬림이 며칠 후에 전화가 오더군요. 집을 지어도 되겠냐고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죠. 저는 샬림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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