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WSJ) 유로존 금융위기가 가닥을 잡아가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분트가 위기에 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지난 8~9일 유럽 정상 회담에서 각국 정상이 유로존의 '재정 통합’에 합의했으나 독일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독일 국채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유럽 각국의 많은 투자자로부터 호응을 받았지만 유독 분트 투자자들에게는“이 합의가 앞으로 독일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해석됐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심리는 시장에 즉각 반영돼 지난주 9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는 2.106%를 기록, 전날 1.97%에서 0.136% 포인트 솟아 올랐다.
골드만 삭스와 크레딧 스위스의 애널리스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앞으로 나올 유로존 위기 해법은 어떤 식으로든 부자나라 독일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에 독일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마타 채권통화 담당자도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남은 안전지대”라며 치켜 세우면서도“하지만 위험이 낮은 분트에 투자하려는 기존의‘안전자산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타씨는 이어 “신흥국이 발행하는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은 유럽 재정 위기와 무관한 까닭에 독일 채권보다 더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경기 흐름을 덜 타는 단기 채권에 투자하려는 움직임 또한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서 “소위 유럽의 양강으로 불리는 독일과 프랑스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면서 “그림자는 앞으로 더 짙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JP모건의 최근 보고서는“향후 유럽의 경제성장을 위해 유럽 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안전자산선호 현상을 부추겨 2012년에도 독일 국채 금리는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UBS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유럽 재정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분트 선호 현상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했다.
한편 올 한해 유럽 위기의 한 가운데서 분트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2011년 한해동안 투자자들이 범유럽 주가지수인‘Stoxx Europe 600’에 투자해 평균 10% 손해를 입은 반면, 분트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평균 7.5%의 수익을 올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