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이탈을 우려하는 기존 저축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 가계대출 억제를 추진해 왔던 금융당국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SC금융지주 등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서민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출범 초기부터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영업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 계열 SC저축은행이 최근 평균금리 4.76~4.96%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우리금융이 인수한 우리금융저축은행도 내년 초 업계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된 KB금융과 토마토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한금융도 금리를 낮춘 대출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모회사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편입된 저축은행의 경우 자기자본의 3배 이내에서 모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수 있다”며 “금융채 금리가 연 3.75%에 불과해 기존 저축은행보다 조달비용이 크게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해 고민해 왔던 업계는 ‘공룡’ 저축은행들의 등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제시한 금리를 살펴보면 조달비용과 각종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역마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에 잘 보이기 위해 내민 일종의 ‘프로모션’ 금리에 시장이 교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저축은행과 지방 저축은행의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들어오면 업계 신뢰도 상승과 선진 금융기법 전수 등의 이점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업계는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소형 저축은행은 지역 서민금융에 집중하는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금융권 대출 증가세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던 금융당국도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옥죄기로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시장에 진입한 대형 저축은행들이 영업 드라이브를 걸 경우 대출 확대 경쟁이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를 통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국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대출심사 강화 등을 통해 잘 조절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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