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비대위’에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가운데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쇄신파들 일부는 탈당카드 까지 거론되며 강력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 구성을 의결한 전날에 이어 13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의 활동기간과 권한의 범위를 두고 친박계는 “비대위에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쇄신파 등은 “재창당을 전제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격론을 벌였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은 재창당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는 쇄신파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이전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친박계 인사들도 공세에 대거 합류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서병수 의원과 사무총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혜훈 의원 등 핵심인사도 발언대에 올라 “재창당에 숨은 복선이 있지 않느냐”,“박 전 대표가 자기 손으로 한나라당을 일궜는데, MB(이명박 대통령)을 내몰고 당을 해체하는 악역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재창당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창당을 요구하는 당내 주장에 대해 “결국 내년 1∼2월 전당대회를 하라는 얘기로 말이 비대위원장이지 총선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아니냐”며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맡을 이유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럼에도 쇄신파에선 탈당까지 거론되며 재창당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재창당은 조건이 아닌 대전제”라며 “재창당이 안될 경우 ‘이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말해 탈당에 대한 구체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앞서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지난 8일 반(反)·비(非)박 및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 내년 1월 신당 창당설을 제기한 바 있다.
또 홍 대표의 사퇴 직전까지 H·K·J 의원 등 구체적 이름까지 거론되는 탈당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들이 탈당을 불사하며 재창당을 요구하는 데는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쇄신파 김성식 의원은 의총 직전 기자들과 만나 탈당설에 대해 “책임있는 뭔가를 해야지. 좀 지켜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원희룡 의원 역시 “선대위가 결성되면 당 대표는 없어도 되고,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 경선을 하는 건 현실성이 없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충정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친박계 내부에서는 “이들이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이 같은 논란은 공천권에 따른 향후 지분에 대한 계파별 위기감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며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을 통해 친박은 ‘공천학살 트라우마’를, 친이는 ‘학살의 원죄’를 지닌 만큼 이번 논란이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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