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고졸 사무기술직에 합격한 부산 부흥고 김혜림(왼쪽)양과 마산 용마고 박현우(오른쪽)군. |
(아주경제 이대준 기자)“대우조선해양의 신사업 가운데 하나인 해양풍력발전 영업을 하고 싶어요. 재테크는 제 손으로 직접 해볼 생각이에요. 주식도 하고 싶고, 물론 대우조선해양 주식도 살거에요.”
14일 부산 부흥고등학교 3학년 김혜림 양은 대우조선해양 고졸 사무기술직에 합격한 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혜림 양은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당차게 얘기했다.
조선업종은 통상적으로 여자 비율이 적기 때문에 입사 지원 배경이 궁금했다. 김 양은 “실무 위주의 교육 커리큘럼이 너무 잘 구성돼 있다”며 “대학교에 간 친구들보다 3년 이상 먼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가운데 풍력, 특히 해상풍력에 관심이 많이 갔다”며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서 원유 가격 등 에너지 관련 내용 등에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물론 선생님이나 친구들,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반대가 김 양의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양은 확실한 주관을 갖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김 양은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학력 위주의 사회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취지를 공감하고, 실력으로 승부를 보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양은 아직 어린 나이지만, 월급을 받으면 직접 재테크를 해보고 싶다는 의욕도 보였다. 그는 “적금도 넣고, 주식도 해볼 예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주식도 꼭 사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상태 사장님이 이렇게 새로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고졸 채용이 계속 이어져 학력 위주의 사회 풍토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당차고 의욕이 넘치는 김 양과 달리 어머니 이정숙 씨는 걱정이 많다. 이정숙 씨는 “혜림이의 주장이 워낙 확실하기 때문에 믿어 보기로 했다”며 “합격의 기쁨보다는 지금부터가 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학 생활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어린 딸이 사회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대학에 못 간게 아니라, 안 간거에요”
마산 용마고등학교 3학년의 박현우 군도 이번 고졸 사무기술직 채용에 합격했다. 박 군은 “자기소개서도 잘 못쓰고, 인적성 검사도 만족스럽지 못해 불안했다”며 “다행히 면접을 잘 봐서 어느 정도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군은 면접에서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노래를 불렀다. 중간에 가사를 까먹었지만, 면접관 한 분이 열정이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 합격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는 것.
그는 용마고등학교에서 7명이 지원한 학생 중 유일하게 이번 채용에 붙었다. 박 군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처음에는 많이 반대했지만, 이제는 좋아해주고 격려해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 군은 수학 과목을 좋아해 설계를 해보고 싶어 했다. 그는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모든 걸 걸었다”며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설계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대학에 가지 않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후회하지 않도록 야간대학교나 사이버대학교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것”이라며 “굴지의 대학원까지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군은 나중에 대학교에 다니는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면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질문에 “제 성적이면 서울 중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못 간게 아니라, 안갔다는 것을 당당히 설명할 것이고 돈도 벌기 때문에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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