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에서 촉발된 불화로 자칫 양사 협력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못할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그간 거래해온 사업이 많지는 않다. 가장 왕성한 거래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소송이 불거진 2차전지 소재 분리막이다. LG화학은 2차전지를 만드는 데 수입산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을 쓰고 있다. 그런데 LG화학이 이 분리막과 관련된 기술 특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LG화학은 분리막의 안전성과 강도를 높여주는 자사 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이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지난 2007년 말 이 기술을 개발해 18년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 ‘블루온’에 공급 중인 배터리의 분리막에 이 기술을 적용,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SK 입장에서는 우리가 매우 중요한 고객이고, 우리로서도 SK 분리막으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소송으로 거래가 단절될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SRS 기술특허 소송과 사업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이번 특허 소송에 패할 경우 타격은 치명적이다. LG화학은 손해배상금 1억원과 함께 현대차 블루온에 제공하고 있는 배터리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돼 있는 독일 다임러 그룹 미쓰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 트럭과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 슈퍼카의 거래도 자칫 소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G화학은 “블루온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SRS 기술을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못박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해당 기술은 CCS(Ceramic Coated Separator)라는 고유의 분리막 코팅 특허 기술로 특허 침해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협력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연말에 LCD용 편광판 핵심재료인 TAC필름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편광판 세계 1위인 LG화학이 중요한 수요처가 될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현재 TAC필름을 일본 후지 등에서 수입해오고 있는데, 일본이 이 제품을 독점하는 만큼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 소송으로 인한 불화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석유화학이 주력인 LG화학은 원재료인 나프타를 정유사에서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주로 GS칼텍스에 의존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과의 마찰은 걱정이 없다.
일각에서 이번 소송은 2차전지 세계 1위인 LG화학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차 블루온의 경우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뜻밖의 고배를 마신 사례다.
양사는 2차전지를 기반으로 한 ESS(대용량에너지저장시스템)시장에서도 경쟁구도가 부각되고 있다. LG화학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ESS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ESS를 설치하고 중국 내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등 영역을 넓히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LG는 디스플레이 사업 성장의 주역인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장에 선임하며 전지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전지사업 분사설까지 돌고 있는 가운데 권영수 본부장은 부임 직후 소송이라는 강수를 두며 파격적인 출발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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