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황인성 기자) 조승우가 불꽃의 승부사 최동원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 최동원과 선동렬은 뛰어난 실력으로 한국 야구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두 명투수의 마지막 대결을 담아냈다.
조승우가 맡은 역은 최동원이다. 무태안경을 낀 조승우는 맛깔나고 시원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최동원을 되살려냈다.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등진 최동원을 연기하는 것은 조승우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해냈다. 연기는 강렬했고, 스크린에서 그의 눈빛은 승부사 최동원처럼 이글거렸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승우는 뮤지컬 '조로'와 영화촬영을 병행했다. 그래서 조승우는 무척 힘들어 보였다. 유쾌한 조승우는 웃으면서 인터뷰가 영화 찍는 것보다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 영화는 뻔한 스토리다. 두 투수가 결국 운동장에서 결판을 낸다는 이야기다. 뻔한 스토리지만, 영화를 보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양동근과 조승우는 연기는 관객을 빨아들이는 뭔가가 있다. 조승우도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영화를 찍고 나서 잘나왔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영화가 잘나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첫 째는 진짜 잘됐다. 두 번째는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일종의 암시에요. 그런데 이번엔 첫 번째랍니다."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 대한 애착이 심했다. 얼마 전 열린 시사회에서 조승우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왜냐면 영화를 더 이상 찍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했는지 느낄 수 있다.
박희곤 감독의 철저한 준비 때문에 조승우는 인간 최동원을 연기하기 수월했다. 영화 촬영 전 받은 최동원 파일이 수백 페이지였다. 거기에는 최동원의 고등학교 시절 기록부터 인터뷰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조승우는 야구선수 최동원을 재현하기보다 인간 최동원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야구 폼은 아무리 비슷하게 해도 최동원과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조승우가 바라본 최동원은 마운드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일상에서는 후배를 다독이고 농담도 잘하는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영화 장면마다 인간미 넘치는 최동원의 모습을 연기했지만, 아쉽게도 편집에서 잘려 나갔다.
"최동원이라는 분은 정말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분이에요. 그래서 영화 곳곳에 그런 인간미 넘치는 장면이 있었죠. 예를 들면 고등학교 시절 감독님과 함께 연습을 끝내고 라면을 먹으면서 장난치는 장면도 있는데, 영화시간 때문에 많은 장면이 잘렸어요. 감독님의 의도는 알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요."
어릴 적부터 야구하는 것을 좋아했던 조승우는 현재 사회인 야구단에서 투수로 활약 중이다. '꿩 먹고 알 먹는다.'는 속담처럼 조승우는 이번에 영화 촬영을 위해 야구연습을 받는 걸 기회로 사회인 야구단 에이스 투수로 거듭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이 시작되니 프로야구 선수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는지 알게 됐다.
"어릴 때부터 캐치볼을 걸 좋아했어요. 지금 사회인 야구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영화를 준비하면서 에이스 투수로 거듭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웬걸 투수는 하체가 중요하다고 연습을 시키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훈련받고 울 뻔 했어요. 그 다음에 수건으로 쉐도잉 피칭을 하고 공을 잡기까지 훈련을 거치는 훈련이 많더군요. 야구선수로 활동하는 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답니다."
조승우는 혹시나 투구 폼이 흐트러질까 영화 중간 쉬는 시간에도 던지고 또 던졌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그는 전문가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금 어깨가 아픈 상태지만, 최고 구속은 103km다. 제구력은 공을 10개 던지면 3개가 의도하는 대로 들어갈 정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지 알 수 있다.
조승우는 야구를 배우는 행운 외에도 양동근이란 배우와 함께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양동근은 아역배우로 출발해 올해 연기경력 25년째다. 조승우는 양동근의 연기를 보면서 디테일한 연기 설정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게 됐다.
"양동근이란 배우와 함께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해 눈 뜨게 됐어요. 저는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어색해지는데 양동근은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지 몰라도 정말 자연스럽게 행동 하나하나 설정이 정말 세밀했어요. 마치 양동근 연기를 몰래 카메라로 찍는 것 같다니까요."
한 가지 우려할 점은 한국 영화계에서 스포츠 소재 영화가 맥을 못 춘다는 점이다.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 바로 영화 '국가대표'로 700만 관객이 봤다. 야구소재 영화는 유독 빛을 보지 못했다. 조승우는 이에 대해 공감했지만, 영화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저는 이번 영화에서 야구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 줬다고 생각해요. 기존 영화들이 흥행이 저조했다고 해서 저희 영화도 그러란 법은 없어요. 저는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최근 열린 부산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부산 갈매기'를 불렀다고 한다. 야구광인 부산 팬들은 조승우가 연기한 최도원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영화 '퍼펙트 게임'의 개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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