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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덕형 산업팀장 |
그 중심축 가운데 한국 근대화의 선봉은 역시 ‘제철산업’이었다. 경제발전을 위한 모든 기본 구상의 초기 단계에서 ‘철’이 바로 중심축이었다.
‘못’에서 시작해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국내 산업화 발전과정에서 ‘철’이 없이는 결코 오늘날 국내 산업의 역사는 성취될 수 없었다.
또 대한민국의 제철산업을 이야기하면 포철(포스코)의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5·16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일청구권(對日請求權)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포항에서 ‘제철산업’을 일구기 위해 헌신했다.
초기 포항에서 제철소 공장을 건설하면서 박 명예회장은 수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포철 중앙도로 부근에는 큰 당산나무가 있었는데 이를 훼손하면 재앙을 받아 죽는다는 미신으로 아무도 작업에 나서려고 하지 않아 지역 방송국에서 괴담이 사실무근임을 방영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결국 박태준 명예회장의 지시로 구경꾼들 속에서 1시간 만에 불도저로 제거작업을 마친 일화도 있다.
특히 박태준 명예회장은 국무총리 시절에도 야근을 하면서 꼼꼼하게 업무를 챙겼던 총리로 일화가 많다.
통상 국무총리의 경우 저녁 만찬이 있어 저녁 6시 30분 안팎이며 청사를 떠나곤 했다.
하지만 박 총리는 당시 저녁 만찬이 끝난 이후에도 다시 청사에 들러 밤 9시에도 업무를 챙기는 보기 드문 현장 중심의 국무총리로 취재 기자였던 본인은 물론 출입 기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더욱이 야간에 업무를 마친 박 총리는 야간의 14층 기자실에 들러 남아 있던 기자들하고 야식을 시키면서 종종 소주잔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다.
이전의 김종필 총리와는 다른 파격적인 행보였다. 밤 9시 넘어서 기자실에서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국무총리와 기자들 사이에서 소주 한잔을 놓고 벌어지는 맛깔 나는 대화는 기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비판적인 시각의 기자들 에게도 박총리는 “여러분 한번 봐 주소, 여러분들이 좋은 기사를 써줘야 나도 총리 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라며 그가 건네는 술잔에는 '정'이 가득 있었다.
또한 그가 술잔 속에 풀어 놓은 대화는 다음날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도 남았다. 이 때문에 한 때 언론사 마다 박태준 총리의 한마디를 듣기위해 청사의 기자실에는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 기자들이 생기곤 했다.
본인은 물론 기자들은 취재 현장에서 박태준 전, 총리의 넘치는 결정과 카리스마를 많이 보아 왔다. 말로 하기보다 온몸으로 행동하며 실천했던 박태준 전 명예회장의 행보에는 그래서 많은 일화가 남아 있는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철강보국을 외치던 박태준 명예회장이 영면했지만 그가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역사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길이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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