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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정수기 방판사원 '대납'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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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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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미납요금 대신내는 게 습관처럼.."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정수기 방문판매로 한 달에 버는 돈은 150만~200만원 정도다. 이 가운데 60만원 가량은 고객 연체요금을 대신 내주는 데 썼다. 일을 해도 남는 게 없었다. 고객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만큼 낯붉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아예 대납하고 나중에 받는 게 습관처럼 됐다." 전화가 걸려왔다. 6개월간 정수기 방문판매 사원으로 일했다는 30대 남자는 격앙된 음성으로 30분 이상 고충을 털어놨다.

정수기 방문판매 사원이 고객 미납요금을 대신 납부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문제는 회사측에서 여전히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악성고객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정수기 방문판매 조직은 대개 총국 밑에 지국을 둔다. 지국 아래에 팀이 있다. 방문판매 사원은 이 팀 속에서 일한다. 지국은 달마다 일정 수금률을 맞춰야 한다. 이는 지국 책임자 실적으로 직결된다. 결국 영업구조 맨 아래에 있는 방문판매 사원이 미납요금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방문판매 사원이 달마다 관리계정당 받는 수당 역시 개인 주머니로 다 들어가는 게 아니다. 수당 절반 이상을 신규 고객 가입비로 대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7년 동안 정수기 방문판매를 했던 정 모씨는 "억지로 고객을 유치하다보니 지인에게 떠밀려 제품을 계약한 뒤 지불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악성 고객을 양산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수기 회사 측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결같이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영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일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문제가 된 적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도를 넘은 실적 강요는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에도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올바른 영업문화를 세우는 데 회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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