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18년만에 WTO에 가입한 러시아는 향후 평균 수입관세율을 현행 10.3%에서 7.2%로 낮추는 등 시장 문을 개방한다. 관세 장벽이 대폭 완화됨에 따라 한국도 100억달러에 달하는 대러 수출액이 2015년에는 2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덩달아 현재 11위인 수출순위도 5위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업체들이 그 동안 높았던 관세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현재 러시아시장의 수입차 관세율은 30%에 달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면서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15% 수준으로 인하된다. 20t 이상 트럭의 경우 WTO 가입 후 즉시 25%에서 10%로 관세를 떨어트린다.
국내 업체들 중 가장 기대되는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올해 현지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현지 전략형 모델인 쏠라리스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러시아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며 올해 11월까지 8만6000여대가 판매된 바 있다. 관세가 인하됨에 따라 판매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부품 가격 인하를 통해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
석유화학 업계도 러시아 WTO 가입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화학제품 관세율은 현행 6.5%에서 5%로 인하된다. 또한 러시아가 시장 개방 후 자동차 산업 등의 경제 규모가 증가하면 이에 따른 합성수지 원자재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러 수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러시아가 최근 석유화학 연관산업인 자동차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앞으로 석유화학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2009년에 비해 2020년에 3~4배까지 증가한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합성수지 제품이 두루 관세 혜택을 보는 덕분에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대다수 석유화학 기업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다. 특히 PET(폴리에스터)칩 분야가 가장 유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도 의료기기, IT·가전제품, 기계류 등의 품목이 유망 종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WTO 가입 후에도 한국은 대중국 수출이 2002년 237억달러에서 2005년 619억달러로 160% 증가하는 등 효과를 봤다. 하지만 자동차 등 관세인하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출 물량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또한 관세율 인하효과는 시장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인근 유럽 국가 등 다른 WTO 회원국 기업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는 결과도 가져온다.
KOTRA 관계자는 이에 따라 “러시아의 WTO 가입 후 시장경쟁이 높아지고 신규 진입 기업에 의해 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상존한다”며 “또한 러시아가 유럽과 FTA를 체결할 경우 유럽과의 교역이 더욱 증가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