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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인사이드> 지경부의 '역발상'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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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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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팀장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역발상' 주문이 화제다. 기존의 관행과 생각만으로는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넘어 2조 달러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그의 소신이다.

취임 직후 그는 실·국장 등 간부들에게 타성적인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작성에도 '볼드체'를 기입, 중요성을 강조하는 식의 보고를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한다.

한 예로 홍 장관의 역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그의 '명함'이다. 통상 한 조직의 수장의 명함을 보면 휴대폰 전화번호는 대부분 기입돼 있지 않다. 굵직굵직한 행사에 많이 참여해야 하는 만큼 가급적 민원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홍 장관은 이를 과감히 거부했다. 중소기업청장 재직시에도 자신의 명함에 휴대폰 전화를 기입했지만, 민원성 전화는 거의 오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가끔 오는 전화가 정책 입안에 도움이 됐다고 술회했다.

지난주 지경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지경부 사무관들이 '묻지 마 투자'에도 정부가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례로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에서 높은 성공률만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젊은 사무관들이 언급한 토론 내용의 핵심이다.

그동안 정부의 R&D 지원이 성공률 높은 과제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관료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홍 장관이 이를 굳이 언급하면서까지 강조한 것은 이제는 상용화 성공률이 더 이상 칭찬받을 수만은 없는 시대에 도달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일자리가 복지'인 시대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과거처럼 제조업에서는 갈수록 양질의 일자리가 다량으로 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쏙 들어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시대의 미래인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전전긍긍 머리를 짜내며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풍경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정부가 공공부문을 쥐어짜 내년 청년들의 일자리를 몇만개씩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같은 대책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정부가 잘 알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청년 일자리를 무한대로 만들기 어려운 것은 퇴직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쟁으로 피곤해질 대로 피곤해 있는 그들의 삶에 세대간 갈등마저 조장하는 대책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에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잡셰어링 등만으로도 버티기 힘들다. 우리 청년들이 '과감한 도전정신'을 통해 일자리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부 관료들은 정부의 R&D 지원과제의 변화가 '눈먼 돈'을 양산해 언론으로부터 비판받을 것이라고 내심 우려하고 있을 법하다. 언론의 비판을 의식해 종전의 우(愚)를 되풀이하게 되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이끌어내려면 '역발상'을 통한 관료들의 관행 타파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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