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사망했음에도 19일 낮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은 이명박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 대선 승리일이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파티’할 여유도 없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국무회의를 등을 잇따라 소집하면서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생일 잔치는 커녕 마음을 조리며 북의 동향을 시시각각 파악했야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라 터진 친인척 비리와 디도스 사태, 여당 탈당 압박 등 국내문제로 흔들리던 이 대통령에게 ‘김정일 사망’은 시선을 밖으로 돌리게 하는 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실책에 집중하던 국민적 시선이 북한 문제로 옮아갔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 사촌처남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 불법금품 로비 혐의로 최근 구속됐고, 디도스 경찰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 등이 조현오 경찰청장과 통화하는 등 외압 의혹도 불거지는 등 이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통합민주당 한 관계자는 20일 “여당에서 박근혜 체제가 출범하면서 가장 궁지에 몰렸던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며 “최근 영부인 사촌비리에 청와대의 디도스 수사 외압 논란까지 겹치면서 대통령은 최대 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김정일 급서로 인해 디도스나 비리 문제는 완전히 묻히게 됐다”고 피력했다.
만약 ‘김정일 사망’ 정국에서 국가안보를 강화하면서 혼란을 수습한다면 이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면서 안보 위험 및 국내 혼란 방지에 매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NSC,긴급국무회의를 전날 주재한데 이어 이날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발빠른 대응을 펴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들은 동요치 말고 경제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철벽대응태세를 갖췄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특히 조문 논란 등 국론분열 악화를 방지키 위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한 의원은 “이번 정국을 대통령이 슬기롭게 해처나간다면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정국 혼란, 한반도 안정을 저해한다면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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