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 문제 급부상‥다음 정권 ‘증세’불가피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지난해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비용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통일세’를 거론할 때까지만 해도 통일비용 문제는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곧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중장기적 필요성은 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그 시급성이 급작스럽게 커졌다. 국가 최고정보당국도 파악하지 못한 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졌고, 젊은 김정은이 후계를 이어받았지만 북한 내부 권력갈등이 발생할 경우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미래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북한의 정세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수년 내에 갑작스런 북한발 난민사태가 올수도 있고, 독일과 같은 급격한 통일이 어떤 식으로는 눈앞에 닥칠 수도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통일에 대비한 '자본'이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앞서 연구된 각종 통일비용 추계에 따르면 남북한의 통일비용은 통일방식과 통일에 소요되는 기간 등에 따라 적게는 수백조에서 많게는 수천조원까지 발생한다.
 
 통일연구원은 올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통일 초기 1년동안에만 55조~249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고, KDI는 30년간 380조~2525조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연구에서 11년간 545조원의 통일비용이 필요하다고 평가했고,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센터는 북한의 소득을 남한의 8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30년간 2조~5조달러(약2300조~5800조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예산 범위 내에서 당장 쓸 수 있는 통일재원은 남북협력기금과 예비비 정도로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는 남북협력기금 1조70억원, 예비비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수십에서 수백조원이 발생하는 통일 초기비용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막대한 통일비용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돈을 더 거둬들이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세금 '통일세'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일세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거둘 것인지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의 세율을 올려 더 걷힌 세금을 ‘통일 항아리’에 모아 두는 방안이다. 부가세는 간접세여서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적고 세수확보도 쉽다.
 
 소득분배에 역진적인 간접세의 증세보다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에 통일세를 부가해서 거둬들이는 방식도 논의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1991년부터 1년간 연대부가세라는 명칭의 통일세를 소득세와 법인세에 7.5%를 부가하는 방식으로 거뒀고, 1995년부터는 5.5%를 부가해 지금까지 걷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의 저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일세 도입에 ‘반대’하는 국민이 전체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복지수요 증대와 함께 통일비용 마련까지, 다음 정권이 해야할 일은 ‘증세’로 좁혀지고 있지만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얼마나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사망으로 통일재원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세금내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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