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체코 프라하에서 거행된 故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 시신 운구에는 수 천명의 시민이 참석해 체코의 공산 통치 중단을 이끌어 낸 ‘영웅’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행렬에는 하벨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앞장서고 하벨의 배우 출신 아내인 다그마르 베스크노바와 추모 행렬이 뒤따랐다.
참석자들은 극작가, 인권운동가로 살며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를 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한 ‘벨벳 혁명’을 이끈 하벨의 업적을 기렸다. 거리에는 의장대와 군악대을 선두로 수 백명의 군인들이 도열했다.
일부 시민들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장례 행렬을 지켜봤으며 이날 휴교한 학생들도 거리에 서서 공산세력을 몰아낸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프라하성에 도착한 영구차에서는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벨의 관이 내려져 성 안으로 옮겨졌다.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갈채를 보냈고 일부는 혁명 기간 저항 세력이 공산 통치 체제의 마지막을 고하는 신호로 만든 열쇠를 꺼내 흔드는 모습을 재연했다.
프라하성에서는 오는 23일 세계 각국의 고위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한편, 하벨 전 대통령은 1936년 5월 프라하에 영화제작사와 큰 부동산을 소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문인으로 출발한 하벨은 1960년대 초 희곡을 발표하며 등단, 평론가들로부터 당대 “유럽의 가장 촉망받는 극작가의 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공산정권 치하에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작품들을 써내 약 5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의 작품들은 체코에서 20년 동안이나 출판 또는 공연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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