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세청을 보면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체납징수라는 본연의 업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외부적으로는 각종 안 좋은 사건에 휘말려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북 간첩단 '왕재산 사건'과 '제일저축은행의 국세청 간부 로비' 등이다. 이 두 사건은 분명 현재진행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체가 없는 사건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왕재산 사건의 경우 왕재산의 서울지역당인 '인왕산' 하부조직에 모 지방국세청 소속 김모 직원(37)이 편제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샀다.
급기야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간첩단 왕재산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씨 등 4명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현재 김모 직원이 왕재산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모 직원에 대해 잘 아는 직원들은 "100% 왕재산과 무관하다"며 "만일 왕재산과 관련 없음이 명백할 경우에는 해당 직원뿐만 아니라 국세청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서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다른 하나는 제일저축은행이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국세청 고위 간부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는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 최근 제일저축은행 임원인 A씨 조사에서 "국세청 로비를 통해 저축은행의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취지로 건설시행사 대표 신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현재까지 신씨가 국세청 간부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왕재산 사건'과 '제일저축은행의 국세청 간부 로비' 이 두 사건은 실체 여부를 떠나 현재 국세청에 거대한 쓰나미를 안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어쩌면 타 부처와 비교할 때 (국세청이) 월등하게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돈을 다루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국세청에 있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지 많은 나무이고, 솔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가지일수록 그 뿌리는 더욱 더 강해지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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