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러시아 지도부 조문않는 이유, 선거철 내부문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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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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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사망> 러시아 지도부 조문않는 이유, 선거철 내부문제 때문?

(아주경제 김선향 기자) 중국과 함께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 국가지도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사흘째인 21일까지도 공식 조문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인 19일 후계자 김정은에게 조전을 보냈지만 이후 아직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 차려진 조문소는 찾지 않았다.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이 20일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하고 하루 뒤에는 알렉산드르 토르쉰 상원 제1부의장이 조문하는데 그쳤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20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창춘(李長春)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 함께 당·정·군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 직접 조문한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올해 8월 김 위원장이 극동ㆍ시베리아 지역을 방문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러-북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활성화되고, 러시아가 북한과의 외교ㆍ경제 협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점을 고려해보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아직 국가 지도부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조문소를 찾을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지도부의 이같은 태도와 관련 우선 지난 총선 부정 시비로 인한 정국 혼란과 내년 3월 대선 준비 때문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등이 도저히 물리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에선 지금도 앞서 4일 치러진 총선의 대규모 부정을 규탄하는 야권의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중산층을 중심으로 대선 3선 도전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정부ㆍ 여당의 무능에 대한 불만 여론이 확산하고 있어 푸틴의 안정적 당선을 위한 대선 대책 마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마디로 내부 문제에 온통 정신이 팔려 여유롭게 조문 외교를 펼칠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단 좀 더 신중한 외교를 펼칠 필요성 때문에 일부러 조문을 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을 의도적으로 두둔해온 중국과는 달리 러시아가 남북한 사이의 균형 외교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객관적 태도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자칫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대북 친밀도를 표시하는 것이 자신들의 외교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한국 등이 극도의 자제된 애도 표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독재자로 비난받아온 김 위원장의 조문소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러시아의 '균형잡힌 중재자'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한 사전 사업으로 양국 접경 지역의 하산-나진 구간 철도 개보수 공사를 밀어붙이는 등 북한이 포함된 경제협력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평화정착 차원의 사업이라는 것이 러시아 측의 설명이다.

북한을 외교ㆍ경제 협력의 파트너로 적극 끌어들이되 북한 체제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북한의 권력 구도와 향후 노선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섣부른 대응보다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곁들여지고 있다. 

모스크바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 지도부가 조문 외교의 실익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북한 내부 정세가 안정되지 않은데다 향후 북한 체제가 어떤 모습을 갖출지,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중국처럼 서둘러 북한에 대한 친밀도를 표시하는 것이 유리할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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