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급선무는 경제살리기다. 전문가들은 북한 차기 지도부에게 개혁·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보고 있다. 북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북중 교역 비중이 20% 넘게 쏠린 북한을 어떻게 우리의 경제협력 파트너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북한 마이너스 성장…대중 의존도 심화
2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북한의 2010년 GDP는 전년보다 0.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경제는 2009년 마이너스(-0.9%)로 돌아선 뒤 2년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9년 0.3%, 2010년 6.2%를 기록, 남북 간 성장률 격차는 1.2%포인트에서 6.7%포인트로 5.6배가량 벌어졌다.
문제는 북핵문제 등으로 우리정부와 미국 등과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북한은 중국을 활로로 삼고 있다. 북중교역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북중교역은 46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약 5조4000억 규모다. 이는 지난해 말 북한 GDP(24조5968억원)과 비교할 때 20%가 넘는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교역규모가 5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남북교역은 지난해 1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남북경색이 지속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실제 2011년 7월 북중교역은 전년동기대비 63%나 증가한 5억8400만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남북교역은 8.6% 감소한 1억48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양국의 대북 교역 격차는 4억36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1%나 높아졌다.
이국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북핵문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이 북한 경제제재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중 교역 쏠림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개혁·개방 드라이브, 언제거나
북한경제의 대중 의존도 심화,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개혁·개방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김정일 체제에서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핵으로 벼랑끝 전술을 폈지만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김정은 체제는 북한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정권유지의 캐치프레이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바로 북미대화, 6자회담을 통해 개혁·개방으로 나선다면 비핵화에 반대하는 군부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며 “군부를 설득하기 위해선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북한학)도 “김정은 체제는 남북관계를 축으로 북미관계를 열면서 대외 경제개방을 확대하는 형태를 나갈 것”이라며 “당장 경제체제 유지를 위해 원조를 받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내년 상반기 북미대화를 통해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는 등 조건이 형성되면 민간차원의 남북경제협력을 시도할 기회가 생긴다”며 “그러나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북중경협 틈새시장을 노려야
북한은 생존을 위해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중 교역 쏠림과 원조를 매개로 한 북미관계 진전 속에서 한국은 고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든 초강대국(G2)의 사이에서 북한 경제살리기에 한국도 참여하는 게 막중한 과제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경협 확대는 북한을 시장경제로 유도하고 부족한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 이점이 있다”며 “그러나 북한 경제 재건과 통일과정에서 남한의 대북 영향력 축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의 한미 외교 중시를 극복하고 한중외교를 강화하면서 북중경협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해 틈새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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