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수장으로 여권을 양분해 왔던 두 사람이 각각 정권 임기말 국정 책임자와 당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만난만큼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공식적으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국내외 정세와 대응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다. 두 사람은 회동 이후 50분에 걸쳐 독대하며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박 전 대표는 회동 뒤 국회로 돌아와 “현 시국 및 예산국회 진행과 관련해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보다는 주로 이 대통령의 의견을 경청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독대 했던 지난 6월 박 전 대표가 회동 내용을 직접 브리핑 하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는 당내 친이계의 위세가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세했고,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에서‘숨은 권력자’의 입장이었다면 오늘은 박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당 최고 실권자로서 입지를 굳힌 만큼 이 대통령에게 굳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불필요한 차별화와 ‘각세우기’는 여론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전날 김 위원장에 대한 ‘국회 조문단’에 대해 정부의 기조를 언급하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이날 두 사람의 대화에서 주된 내용은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당정의 대응과 협력방안, 국론분열 방지에 대한 논의에 아울러 예산국회와 서민정책에 대한 협조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위원장이 강조해 왔던 복지예산에 대한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취업활동수당 신설 △대학등록금 및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 이른바 ‘박근혜 예산‘의 1조5000억원 수준의 증액에 대한 협조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단독회동에서 당정 모두 민생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데 합의가 이뤄진 만큼 이번 만남에서도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한 양측의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 위원장은 “제가 당의 중책을 맡고 처음이라 잠시라도 티타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이 대통령이) 일부러 신경을 쓰신 것 같다”며 이번 만남이 청와대측의 배려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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