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심슨(오른쪽)이 취리히클래식 때 어드레스 후 움직인 볼에 대해 경기위원과 얘기하고 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유행어나 조어(造語)는 그 시대의 거울이다. 올해 골프계를 풍미한 말(유행어)을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10개 중 한국(계) 선수와 관련된 것도 네 가지나 된다.
◆웹 심슨 룰(Webb Simpson rule)= 미국PGA투어프로 웹 심슨은 취리히클래식과 US오픈에서 두 번이나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여 벌타를 받았다. 그러자 이를 규정한 골프규칙 18-2b를 지칭한 것이다. 선수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결국 이 조항은 개정됐다. 2012년부터는 바람이나 경사에 의해 볼이 움직일 경우 무벌타다.
◆초이스 보이스(Choi’s bois)= 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최경주를 따라다니며 성원하던 응원부대. 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자비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대회장인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까지 원정을 왔다. 유니폼을 입은 것은 물론 옷에 글씨까지 새긴 채 열렬하게 응원했다. 최경주는 그 덕분인지 연장전끝에 우승했다.
◆휘프게이트(Whiffgate)= 재미교포 케빈 나가 미PGA투어에서 첫 승을 올렸던 JT 아동병원오픈 때 나온 말. 그는 셋쨋날 티잉그라운드에서 연습스윙을 ‘세게’ 했다. 실제 스윙처럼 어드레스한 후 피니시까지 했다. 그러나 클럽헤드는 허공을 갈랐다. 동반자는 ‘의도를 갖고 스윙했지만 헛친 것’이라고 어필했으나 본인은 ‘연습 스윙’이라고 주장해 받아들여졌다. 헛침(whiff)과 워터게이트의 게이트를 조합했다.
◆워질로이(WOZZILOY)= US오픈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와 그의 여자친구인 ‘테니스 스타’ 캐롤린 워즈니아키를 조합한 말. 매킬로이는 타이틀리스트측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클럽세트를 주문했고, 그 가운데 60도 웨지에는 ‘WOZZILOY’란 단어를 박아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그 웨지는 애인에게 선물했다. ‘세기의 스포츠 커플’이 탄생할 지 주목된다.
◆아이노(AINOs)= 200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60세의 나이로 우승할뻔 했던 톰 왓슨이 ‘프로같은 아마추어’들을 지칭한 말. 미PGA 내션와이드투어에서는 러셀 헨리, 해리스 잉글리시 등 두 명의 아마추어가 우승했다.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한 패트릭 캔틀레이는 미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 초청받아 60타를 쳤다. 왓슨은 이를 두고 “요즘 선수들은 무늬만 아마추어이지 프로 못지않다”(Amateur in name only)고 평가절하했다.
◆아메리카 컵(America cup)= 미국-인터내셔널 남자프로골프단체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이 4회 연속 이기며 통산전적에서 7승1무1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자 한 외신이 표현한 말. 팀 대항전이므로 미국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는 팀이 다국적 연합팀에 비해 팀워크가 좋을 것은 뻔하다.
◆아이싱 온 더 케익(Icing on the cake)= 최나연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사임 다비에서 우승하면서 한국(계) 선수들은 미국LPGA투어에서 통산 100승을 거뒀다. 그러자 최나연은 우승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즌 첫 우승을 한 것도 기쁜데, 국민들이 고대하던 100승을 채웠으니 ‘금상첨화’라는 뜻이렷다. 최나연의 영어실력도 골프기량 못지않다.
◆맥디새스터(Mcdisaster)= 지난해까지 잘 나가던 그레임 맥도웰이 올해 최종일 ‘맥없이’ 무너지자 나온 말. 2010US오픈 챔피언인 그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1타차 선두였으나 최종일 79타로 뒷걸음치며 공동 33위를 기록했다. 그러자 마스터스 최종일 몰락한 로리 매킬로이와 더불어 두 ‘맥’의 불행을 이렇게 표현했다.
◆3홀 크래시(3H crash)= 로리 매킬로이가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타이틀을 노렸으나 최종일 10∼12번홀에서 무너지며 공동 15위를 차지한 것을 빗댄 말. 그는 10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 11번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 12번홀(퍄3)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며 세 홀에서 6타를 잃고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듀오데큐플 보기(Duodecuple bogey)= 한 홀에서 파보다 12타를 더 칠 경우 그 스코어를 이렇게 부른다. 케빈 나는 4월 미PGA투어 텍사스오픈 때 한 파4홀에서 16타를 쳤다. 러프行, 헛 스윙, 몸에 맞기, 언플레이어블 볼, 왼손 스윙, 레이 업 등 골프에서 나올 수 있는 온갖 상황이 겹쳐 발생한 악몽이었다. 케빈 나는 그 6개월 후 투어 첫 승으로 그나마 명예를 회복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