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소통강화"..'불법조업'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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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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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 "소통강화"..'불법조업' 온도차

(아주경제 김선향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일주일만에 한ㆍ중 양국이 고위급 전략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대응방향을 놓고 공통의 인식을 조율하는 장(場)이 마련된 것이다.

이날 전략 대화에서 양측은 `소통강화'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뜨거운 감자인 불법조업 대책 문제를 놓고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오히려 중국측은 한국 정부의 불법 조업 단속시 `총기 사용' 남용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며 자국민 보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 '전략적 소통' 강화 = 양국이 주고받은 전략대화의 최대 화두는 '소통'이었다. 김정일 사후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하게 대화하고 협력하자는게 핵심 메시지였던 셈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요청에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응하지 않아 빚어진 '핫라인 불통' 논란을 의식이라도 한듯 양국은 회담 초반부터 소통을 키워드로 삼았다.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회담 모두에서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공동의 전략목표 하에 긴밀하고 신속한 소통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장즈쥔(張志軍 부부장은 "복잡하고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는 아ㆍ태 정세 속에서 양국이 제때 전략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전략대화를 더욱 활성화하자는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박 차관이 먼저 "연례 개최되는 전략대화를 1년에 두차례 개최하자"고 제의하자 장 부부장은 "앞으로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수시로 개최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시점에서 양측이 소통과 협력을 다짐한 것은 '한반도 안정화'라는 공통의 전략적 코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후 관련국들이 서로 협력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통제불능의 상황이 조성되고 이는 북한의 붕괴를 비롯한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반도 정세의 '안전판' 확보 차원에서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하려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한반도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한국간의 협력 필요성이 크다는데 공통의 인식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정상간 전화통화는 하지 못했으나 20일 양국 외교장관의 유선접촉, 22일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한중 고위급(차관) 전략대화 합의, 내년 1월초 양국 정상회담 개최로 다층적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통과 협력다짐이 과연 신뢰에 기반한 실질적 협력의 틀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평소에는 한국에게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조하며 경제적 실리확대를 꾀하다가도 정치적 선택이 요구되는 결정적 순간에 북한을 편드는 태도를 보이면서 양국간의 신뢰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온도차 드러낸 불법조업 대책 = 중국 측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 선장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범인들에 대한 엄격한 계도ㆍ단속 방침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불법조업 근절대책의 핵심인 총기사용과 상설 협의채널 설치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국무총리실은 양국 전략대화를 하루 앞둔 26일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경우에 총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양국간 상설 고위급 협의채널을 설치하는 내용의 불법조업 근절대책을 발표했었다.

중국 측은 이날 전략대화에서 총기사용에 대해 "남용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또 상설 고위급 협의채널 설치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정부가 어떤 내용의 근본적 조치를 취해나가느냐가 향후 한중관계의 검증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다음달초 정상회담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한중 FTA = 대화테이블에 오른 중요한 어젠다중 하나는 양국관계의 미래를 열어나갈 어젠다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문제였다.

특히 중국 측은 한중 FTA가 양국관계를 한차원 높일 수 있는 과제인 만큼 FTA 교섭을 조기에 개시하자며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관련부문간에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자"고 말했다.

한중 FTA는 다만 다음달초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공식화된 내용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측은 한중 FTA 추진을 논의하면서 지역정세와 국제정세 차원의 관점을 강조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판에 일본이 가세한데 대해 매우 예민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미국이 역내에서 대(對)중국 봉쇄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따른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측 모두 이번 대화에서 내년으로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의 발전을 평가하고 앞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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