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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박 시장, 인심보다는 신임 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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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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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새 시장이 오면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 풍경도 조금 바뀌었다. 코끝이 찡해지는 추운 겨울이면 시위도 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잘 들어준다는' 시장이 온 뒤로는 날씨와 상관없이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반대 및 찬성 주민의 의견을 듣는 워크숍을 열었다. 다음달 발표할 뉴타운 정책 발표에 앞서 많은 사람들의 얘길 들어보겠다는 의도다. 당일 수십명이 청사 앞으로 왔지만 그 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던 건 각 지역 대표 열댓명뿐. 일부 격앙된 시민은 제한된 인원만 올라가는 것에 반발하며 "시장이 이곳으로 나와서 들어라"고 소리를 높였다.

워크숍이 열리는 곳은 엄숙한 분위기였다. 멀리서 시장이 오자 몇몇 시민들은 벌떡 일어섰다. 자유롭게 말할 분위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시장의 인사말 직후, 비공개 진행을 이유로 "기자들은 모두 나가달라"는 직원의 안내가 있었다.

한편 박 시장은 여전히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산타클로스'를 자처하며 무박2일 동안 연탄나눔 봉사 등 민생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행사는 100% 언론에 개방된다.

문제는 본인을 반기고 홍보가 될 만한 일은 이처럼 나서서 하고 있는 반면, 듣기 껄끄럽고 힘든 일들은 한발짝 물러나 정리된 상태에서만 들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기업체 임원이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힌 채 봉사활동을 하는 홍보자료는 보내면서도 기업에 불리한 자료는 절대 함구하려 하는 일반 사기업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시장직은 시민을 대표하는 어려운 자리다. 어려운 만큼 거친 얘기도 걸러지지 않은 채 듣고, 언론에 공유하며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인심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또 쉽게 잊혀진다.

다음달 발표되는 뉴타운 정책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박 시장만의 뚜렷한 주관과 철학이 담긴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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