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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러시아 국적 취득 최종 확정 [사진 = KBS TV 뉴스 캡처]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세계 선수권대회 5연패' 등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렸던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26)가 러시아 국적을 얻었다. 파벌 논란, 무릎 부상, 소속팀 해체 등으로 시련을 겪던 안현수가 결국 한국을 떠난 것이다.
러시아 빙상연맹은 28일 웹사이트를 통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6일자로 올림픽 3관왕인 안 선수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안현수는 2012년 1월 러시아 여권을 받으면 대한민국 국적 말소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이중 국적을 금지하는 한국의 국적관련 법률에 따라 안현수는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한다.
안현수는 러시아 이름으로 '빅토르 안'을 택했다. 안현수는 이에 대해 발음이 '승리'를 뜻하는 영어단어 'Victory'와 비슷하고, 러시아에서 인기가 매우 높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처럼 러시아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빙상연맹 공보실은 안현수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공식적으로 러시아 국민이 된 것이 기쁘다. 이 순간을 아주 오래 기다려왔으며, 이제 형식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면서 만족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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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안현수가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 대표팀 일원으로 뛸 수 있는 허가를 받는데 필요한 서류를 국제빙상연맹에 이미 제출했다"며 "안현수가 내년 1월말 체코 믈라다 볼레슬라프서 열릴 유럽 챔피언전에 러시아 선수로 데뷔 경기를 치르길 기대한다. 그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안현수는 한국 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국적 취득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 인터뷰에서 안현수는 "마음이 편하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 기대를 내비쳤다.
이어서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히며 "일단은 국적 취득했으니 러시아에서 선수 생활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러시아 대표선수로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고 그다음 일은 그 이후에 결정하려고 한다"고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로의 향후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 선수로의 첫 출전 시기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출전할 생각은 없다"며 "출전 일정은 크라프초프 회장님과 더 얘기해봐야 한다. 훈련해가면서 회장님과 상의해 출전할만 하면 체코 대회부터 나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입국에 대한 질문에는 "러시아 국적도 취득했으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국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노보고르스크 훈련 캠프에 계속 머물며 생활할 거다. 음식도 잘 나오고 괜찮다. 1주일에 세 번 정도씩 러시아어 수업을 받아서 선수들 얘기를 웬만큼 알아들을 정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매서운 추위의 러시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안현수. 그의 도전에 많은 쇼트트랙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과 뜨거운 격려를 함께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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