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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방북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활짝 웃는 현정은 회장[남궁진웅 기자] |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온화함과 포용력으로 그룹을 둘러싼 악재를 이겨내고 있다.
북한의 끊임없는 대북사업 흔들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대신 현 회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으로 남북경협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줬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먼저 손을 내민 쪽도 현 회장이었다. 현대건설 인수전으로 불거진 두 그룹 간 '갈등봉합'에 나선 것이다.
현대그룹은 29일 "현대건설 매각입찰 과정에서 현대차그룹 임원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형사고소·고발을 조건없이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은 모두 취하됐다. '시숙-제수 싸움'으로 불리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불화도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 임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언론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게 고소 이유다. 고소인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현대그룹은 앞서 지난 8월 역시 2010년 11월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냈던 명예(신용)훼손 민사소송을 취하 한 바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양 그룹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앞으로 상호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 회장은 꽉 막힌 대북사업에도 인내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27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2년 만의 평양 방문이었다. 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던 전날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방북 성과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 회장은 김정은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포스트 김정일' 남북경협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소득을 얻었다. 대북사업 재개 의지를 북한 차기 정권에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재계 관계자는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 시달려 온 미국을 재건한 것은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었다"며 "현 회장이 어려울수록 관용과 인내의 원칙을 흔들림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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