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뉴욕타임스(NYT)가 디지털 사진 전문가와 함께 조선중앙통신이 유럽의 사진전문 통신사인 EPA에 전송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사진 왼편에서 남자 6명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해당 사진은 김정일 위원장의 운구행렬이 도로 양옆의 수많은 추모객을 가로지르며 평양 김일성 광장을 지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눈이 내린 가운데 도로는 깨끗이 정비돼 있으며 추모객들이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이룬 채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이 같은 장면을 비슷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에 없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영결식 촬영팀인 듯 추모객 대열 뒤쪽에서 카메라 주변에 모여 있다.
뉴욕타임스는 운구차의 위치로 봤을 때 두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불과 몇 초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조선중앙통신이 남자 6명과 카메라, 이들이 눈길에 남긴 흔적을 사진에서 지웠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사진 분석 전문가인 하미 파리드 다트머스대 교수는 “사진에서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조작하는 데 30초 정도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드 교수는 사진 조작을 너무 빨리해서인지 인물의 다리 부분을 지운 경계가 흐릿하게 남은 등을 지적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잘 짜인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은 ‘공산국가의 산물’이라며 조선중앙통신이 완벽한 영결식 장면을 내보이려고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의 사진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조선중앙통신은 대동강 일대에 홍수 위험이 있다며 주민들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걸어가는 장면을 전송했으나, 미국 AP 통신은 이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사진을 삭제했다.
지난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전송한 김 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 사진이나 군대 시찰 사진도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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