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계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3대그룹의 총수가 구속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도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29일 SK에 따르면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던 최재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심각한 경영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까지 수사를 받고 있어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리스크로 인한 중국사업 조정, 하이닉스 투자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상황이지만 신속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특히 인수 후 경영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하이닉스가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후 한 가장 큰 이유는 내수에 집중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SK는 인수 첫해인 내년에 4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하이닉스를 수출 효자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총수 소환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폭을 정하지 못했다.
반도체 사업은 통상 6개월 단위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투자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적기에 투자 및 기술개발을 하지 못한다며 6개월 후에는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크게 뒤처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4대 그룹 총수 공백은 국가 경제와 직결
현재 삼성그룹을 비롯해 LG, 현대차, SK 등 4대 그룹의 투자액은 국내 600대 기업 전체의 70% 수준이다.
매출과 연동해서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실제 올해 초 삼성그룹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43조 1000억원으로 이는 600대 기업 전체 투자규모의 34%를 차지한다.
LG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SK그룹의 투자액도 각각 21조원, 12조원, 10조 5000억원 등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4대 그룹의 투자규모는 총 86조 6000억원으로 600대 기업 전체의 70%에 해당된다.
때문에 당장 최태원 회장이 자리를 비운다면 내년 하이닉스에 투자할 예정인 4조원을 포함, 총 15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 불발로 끝날 확률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상최대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4대 그룹 총수의 경영 공백은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형제, 부부, 부자 동시 구속 전례 없어
잔뜩 긴장한 SK그룹과 달리 재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 즉 최태원 회장이 구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사법당국은 그동안 부부(夫婦)·부자(父子)·형제(兄弟)의 경우, 공범 가능성이 있더라도 동시에 구속하지 않은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수사에서는 정몽구 회장과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당시 사장)이 소환 조사를 받았으나 결국 정 회장만 구속됐다.
올 6월에도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수사에서 담철곤 회장과 부인인 이경화 사장이 모두 소환조사를 받았으나 담 회장은 구속됐고, 이 사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부부가 동시에 구속될 경우,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재계 3위 SK그룹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 경영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그동안 관례로 볼 때 형제 모두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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