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산증인’으로 불린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타계하면서 ‘김근태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야 출신 정계 거목이던 김 상임고문은 계파정치를 멀리했으나 그의 진보적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거나 따르는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중심으로 모였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DY(정동영)계, GT(김근태)계로 나뉘어 계파간 충돌과 대립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김 상임고문을 아는 사람들은 GT계를 계파로 보지 않았다.
GT계 인사 대부분은 노선적 동질감과 인간적 친밀감으로 뭉친 것이지 계파정치의 유지 수단인 ‘실탄’(정치자금)이나 공천 등을 고리로 한 상명하복식 체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리틀 GT’로 불린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상임고문의) 노선과 정체성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상임대표를 스스럼없이 ‘아버지’로 여기는 그는 외유내강 형의 정치적 성품뿐 아니라 외모까지 닮았다는 평이다.
민주통합당의 첫 대표를 뽑는 1ㆍ15 전대 당권주자인 그는 김 상임고문의 위독 소식이 알려진 29일 오후 부산 합동연설회 참여를 포기하고 상경해 ‘맏상제’로서 고민의 마지막 길옆을 묵묵히 지켰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선숙 의원과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원래 GT 사람이다.
김 상임고문은 95년 새정치국민회의 입당 이후 10년 넘게 그를 따른 박 의원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추천했다. 박 의원과 최 실장은 민주통합당 후보로 내년 총선에 나서기로 했다.
대선 싱크탱크이자 지지자 모임인 한반도재단 출신으로는 문용식 민주통합당 인터넷소통위원장, 유은혜 민주통합당 일산동구 지역위원장이 총선을 준비중이며 장준영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동섭 사랑의연탄나눔운동본부장, 이래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등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그를 보좌했던 기동민 전 정책보좌관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장을 거쳐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에 발탁됐다.
민주당의 민주화ㆍ노동ㆍ학생운동 출신 인사들은 물론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그와 함께 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고인의 절친이다. 이미 고인이 된 조영래 변호사를 포함한 세 사람은 ‘경기고 61학번 3인방’으로 불렸다.
손 전 대표는 이달 초 민주당이 통합을 앞두고 진통을 겪을 때 마석 모란공원에 묻힌 조 변호사를 찾아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김 상임고문도 친구 곁에 묻히게 됐다. 앞으로 숱한 고비를 넘어야 할 대권 가도에서 손 전 대표의 마석 행(行) 발걸음이 잦아질 수도 있다.
김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씨의 행보에 관심을 쏟는 이들도 많다. 이화여대 운동권 출신으로 노동운동 1세대인 그는 인생의 반려자이기에 앞서 오랜 정치적 동지였다.
노동운동을 계기로 김 상임고문과 만나 결혼했고 남편이 설립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에서 함께 활동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를 설립했으며,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서울지역 의장도 지냈다.
생전에 김 상임고문의 건강이 악화하자 그를 대신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라는 권유가 많았던 이유는 인씨의 이러한 이력들에서 찾을 수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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