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미야기현에서 앨범을 줍다’.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금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가족 앨범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사진작가 박진영은 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에 있었다. 쓰나미발생 3일후 도쿄에 있던 그는 일본인 부인과 함게 자동차에 올랐다. 극심한 차량정체와 통제된 도로를 뚫고 미야기현을 찾았다.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바람에 날리던 주인 없는 사진들과 그런 사진들을 주워 물로 씻고 있던 생존자들이 각인됐다.
"사진들은 잔해더미와 진흙에 묻혀 찢어지고 훼손되어 있었고, 심한 악취와 함께 버려져 있었어요. 훼손된 사진을 쓰다듬으며 입김을 불어 닦고 있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어요."
손톱만한 칩만 있으면 수천장의 사진을 몇분만에 뽑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 그것도 기술선진화를 이룬 일본땅에서 가족사진을 찾고 앨범을 안고 있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행방불명된 아내의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 영정으로 쓸 사진조차 없이 묻혀버린 시신들. 그는 이 모습에서 "우리의 삶에서 과연 사진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작가가 지진 피해지역들을 수차례 오가면서 직접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만나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6일 서울 강남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선보이는 전시 타이틀은 ‘사진의 길 - 미야기현에서 앨범을 줍다’.
작품에서는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했던 지진 피해 현장의 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피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과 폐허가 된 풍경들이 어우러져 사진기자들의 보도사진과 현지 주민들의 스냅 사진의 중간 지점쯤에서 바랜 앨범처럼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전한다. 전시는 3월13일까지. (02)544-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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