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정된 굵직굵직한 일정이지만 식음료업체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다.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가격 인상'의 최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으로 가격인상에 실패한 업체들은 올해도 인상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물가안정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혀, 연초부터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당국으로부터 설 명절 전까지는 가격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은 명절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는 명절 이후에도 가격 인상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장 설 명절이 지나도 2개월 후인 4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과거 전례로 봤을 때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총선 후에도 결과에 따라 변화 요인이 있겠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실패한 오비맥주 사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초부터 가격 인상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해 감독 당국인 국세청에서 '관망'을 요구했고, 이는 결국 연말까지 지속됐다. 결국 오비맥주는 지난 12월에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을 전격 선언했지만 곧바로 발표를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롯데칠성과 풀무원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게토레이 등 주력 제품 가격을 5∼9%가량 인상했다. 원가 부담이 심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10일 만에 철회한다고 밝혔다.
롯데칠성 측은 "최근 가격 인상 이후 국민들이 음료 소비에 많은 어려움을 느껴 이를 해소하고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정부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위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을 다시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롯데칠성의 '가격 인상 해프닝'을 두고 업계에서는 물가 당국의 심한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풀무원은 지난 12월에 "원재료비 증가로 인한 원가 상승 압박을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두부, 콩나물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7%가량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7시간 만에 서민경제 부담 완화와 설 명절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가격 인상을 유보했다.
▲ 정면 돌파 안 되면 '우회' 선택할 듯
이처럼 올해 식음료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가격이다. 원가 인상분에 맞춰 가격 인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는 정면 돌파 보다는 우회를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 리뉴얼, 프리미엄 제품 출시로 가격을 편법 인상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가 당국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선거를 통해 신정부가 출범하면 '서민물가 안정'이라는 공약 이행을 위해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소기업을 필두로 일부 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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