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현장증언> "20년의 발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

개혁개방으로 '죽의 장막'이 걷힌뒤에도 중국 대륙은 한국인들에게 있어 한참 동안 '금단의 땅'이었다. 지난 1992년 마침내 양국간에 근 반세기나 중단됐던 외교관계가 복원됨에 따라 기업진출및 관광 등 경제협력과 민간교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중국의 개혁 개방이 지난 1978년 시작됐으나 정작 중국 대륙을 바꾼 '천지개벽'의 변화는 한중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난 1992년 이후 20년 동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기간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실현했고 눈이 부실정도로 현란한 사회변화상을 보여왔다. 한중 수교초기 부터 중국 대륙을 누비벼 뼛속깊이 중국을 체험한 중국 프론티어들을 만나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의 변화상을 들어보고 '중국 굴기'의 앞날과 중국 사회의 새 지향점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25년동안 중국을 누빈 ‘맹장(猛將)’답게 박근태 CJ그룹 중국본사 대표는 중국사회와 중국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내놓았다.

◆수교 20년, 세상은 변했으나

우선 그에게 한중수교 20년의 변화상을 물어봤다. 박 대표는 “중국의 국력신장과 경제력 확대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이로 인한 중국과 한국의 위상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의 명함 한 장만으로도 성정부 고위 관료들과의 접견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웬만해서는 과장급 공무원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졌다는 것. 또한 한국의 투자라면 쌍수들고 환영했던 지방의 도시들이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계획서를 쌓아놓고는 그 중에서 선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양국이 정서적으로도 멀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과거 중국인들은 한국에 우호적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층일수록 한국은 별 것 없이 잘난 척 하는 얄미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국인들이 반성할 점이 많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중국인을 미개하며 지저분하다고 무시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관광을 다녀온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이 같은 태도를 알게 됐고, 이로 인해 중국인들 사이에 증오가 싹텄고 이 증오가 한국의 반중감정으로 번졌다”고 꼬집었다.

◆그가 꼽는 중국의 경쟁력은

박 대표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며 천천히 사회통합을 이뤄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정부는 현재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며 “경제적으로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빈부격차해소, 삶의 질 제고, 비리척결에 나서 분열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낙관론의 주요근거로 그는 중국의 견고한 정치시스템을 들었다. 박 대표는 “중국의 체제는 민주주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인재를 육성하고, 지도자를 배양한다는 시스템은 세계 일류”라면서 “지도자 후보로 하여금 경영, 실무, 지방, 정치 등을 고루 체험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중국의 리더십은 뛰어나다”고 평했다. 또한 그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담당 연구기관부터 싱크탱크까지의 치밀한 연구와 근거를 토대로 이뤄지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사업 성공비결 세가지

박 대표는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세가지를 염두에 두라고 강조했다. 첫째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우스개 말로 중국은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 하는데 안되는 것을 되게 하려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역시 향후 ‘안 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나라로 변하겠지만 중국에서는 작은일부터 큰 협상까지 인내와 끈질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친구를 많이 만들라는 것이다. 박 대표의 지론은 ‘먼저 친구가 되고 사업은 그 다음에 논하자’다. 그는 “흔히 중국의 꽌시(關系)가 음지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부정적 이미지로 통하지만 꽌시는 오히려 신용을 바탕으로 쌓은 관계에서 프로세스를 단축시켜주는 합리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 대표는 “친구를 사귀고 인관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베이징에 새로 부임했을 때 친구의 체면을 위해 부임선물이라며 거액의 오더를 발주한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셋째는 중국의 굴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이 가난하던 시절의 사고방식으로 중국을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이제 보다 객관적으로 중국을 보고 중국의 르네상스와 더불어 우리가 살 길을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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